“카리스마보다 서번트”잘 들어줘야 진짜 리더

  • 입력 2006년 1월 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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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형 컴퓨터회사 오토데스크의 캐럴 바츠 최고경영자(CEO)가 꼽는 최고의 리더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그는 “클린턴 전 대통령과 얘기하고 있으면 마치 이 세상에는 우리 둘밖에 없는 듯하다”고 말한다. 100% 집중해서 상대방의 얘기를 듣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능력이 출중하다는 것이다.

“성공한 리더들이 존경하는 ‘진정한 리더’는 누구일까.”

미국 격주간 경제전문지 포천 최근호(16일자)가 미국 대기업 CEO 10명을 대상으로 ‘리더의 조건’에 관한 심층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 ‘듣는 능력’이 리더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용력이 있어야만 ‘리더 중 리더’로 올라설 수 있다는 것.

포천지는 “복잡한 기업 환경 속에서 불굴의 추진력을 가진 ‘카리스마 형’ 리더보다는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얘기에 귀 기울이는 ‘서번트(Servant)형’ 리더가 존경받는다”고 지적했다.

미국 최대 생필품 제조업체 P&G의 A G 래플리 회장은 회의시간 중 3분의 2는 아예 ‘듣는 시간’으로 떼어놓는다. 그는 끊임없는 타협과 의견 수렴으로 노예제도 폐지를 이끌어낸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을 최고의 리더로 평가했다.

행크 폴슨 골드만삭스 회장은 주룽지(朱鎔基) 전 중국 총리를 최고의 리더로 꼽았다. 장쩌민(江澤民) 주석과 같은 카리스마는 없지만 주변 경쟁국은 물론 내부 불만세력의 의견을 적절히 수용해서 1990년대 말 중국의 경제성장을 이끈 ‘실질적인 공로자’라는 것이다.

성공한 CEO들은 ‘듣는 능력’에는 결단력도 포함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최후의 결정을 내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

미국 유수의 백화점 체인인 거대 유통회사 페더레이티드의 테리 룬드그렌 회장은 초기 의견 경청에만 너무 집중한 결과 부하들에게서 결정력 부족이라는 비난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그는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진정한 리더로 추앙받는 것은 포용력과 결단력의 최고 접점을 보여 줬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케빈 셰어러 암젠 회장은 “리더는 포용력보다는 비전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너럴 일렉트릭(GE) 출신인 그는 “GE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잭 웰치 회장의 일관된 추진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19세기 초 무적함대 스페인군을 물리치고 세계 최강의 영국 해군을 창건한 허레이쇼 넬슨 제독을 최고의 리더로 평가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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