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회사에 비만 탓하지 말라”

  • 입력 2005년 10월 21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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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이 19일 ‘햄버거를 먹는 바람에 살이 쪘다는 이유로 햄버거 회사에 소송을 걸 수 없다’는 내용의 이른바 ‘치즈버거 법안’을 통과시켰다. 공화당이 주도한 표결 결과는 찬성 306표, 반대 120표였다.

이 법안은 상원이 찬성하면 확정된다. 지난해에도 하원은 이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상원 통과 이전에 회기가 종료돼 법안은 자동 폐기됐다.

법안을 주도한 공화당 마이크 로저스 의원은 “비만의 진짜 이유는 햄버거나 콜라 회사가 아니라 음식 섭취량 조절과 운동을 게을리 한 개인의 절제력 부족에 있다”며 환영했다.

하원 법사위원장인 제임스 센센브레너 의원 역시 “식품산업과 1200만 종사자들이 소송 남발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고 소비자는 소송비용 예비에 따른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빈곤, 학력 저하, 비만 등의 사회문제를 놓고 개인의 책임감을 강조하는 공화당 철학이 반영된 발언이다.

반면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은 “소송 남발이 문제라면 주 의회가 적절한 법을 만들어도 되고 법원의 소송 각하 절차도 있다”며 “연방의회까지 나서서 법률을 만들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현재 21개 주에서 식품업체를 겨냥한 비만소송을 주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들 의원은 그동안 맥도널드 코카콜라 등 거대 기업들이 의원들을 움직여 법안 통과를 조종했다는 시각을 보여 왔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도 올해 7월 “비만 문제를 방치할 경우 중년 이후 성인병 증가로 바닥난 의료보험 재정이 더욱 큰 타격을 입는다”며 비만 문제를 국가재정의 중대한 이슈로 볼 것을 주문한 바 있다.

그동안 소비자운동단체는 맥도널드로 대표되는 다국적 패스트푸드업체를 비만의 주범으로 지목한 뒤 수차례 ‘대표소송’을 시도했다. 맥도널드에서만 1개월간 하루 3끼를 때울 경우 늘어나는 체중과 심장박동수 증가 등 신체의 변화를 담은 다큐멘터리인 ‘슈퍼사이즈 미(Supersize Me)’를 만든 모건 스펄록 씨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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