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지식근로자들의 근무 시간이 늘어나는 등 이들의 노동 강도가 산업혁명 직후의 공장근로자들과 다를 게 없다고 미국 경제전문 잡지 비즈니스위크 최근호(10월 3일자)가 보도했다.
지난해 미국 전체 남자 대졸 근로자 중 주당 50시간 이상 일하는 비율은 31%에 달했다. 이 비율은 1980년에는 22%였다. 근무 시간이 줄어드는 전체 미국 사회의 추세와는 반대다. 특히 정보화혁명으로 지난 25년 동안 생산성이 70%나 향상된 점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그러나 이들은 일한 만큼 돈으로 보상을 받는다. 주당 55시간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지난 15년 동안 실질임금이 14% 증가했다. 반면 주당 40시간 일하는 일반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은 큰 차이가 없었다. 또 대졸자의 실질임금은 1980년 이후 30% 급등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지식근로자들의 근무 시간이 늘어난 배경으로 세계화와 인터넷을 들고 있다. 세계화와 인터넷으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매니저급 이상 근로자들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면서 지식근로자들의 근무 강도가 높아졌다는 것.
이와 함께 e메일 등 각종 통신수단의 발달로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진 것도 근무 시간이 늘어나게 된 배경이 됐다. 맥킨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회사 임원의 25%는 “각종 회의와 쏟아지는 e메일과 음성메시지를 모두 관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세계화의 첨병인 미국의 지식근로자들은 더욱 혹사당하고 있다. 1991년 이후 일본 근로자들의 노동 시간이 11% 줄어든 것을 비롯해 프랑스(10%), 독일(6%), 한국(5%) 등은 노동 시간이 크게 감소했지만 미국은 2% 감소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는 전체 근로자에 해당되는 이야기이고 잘나가는 지식근로자들의 근무 강도는 더욱 높아졌다는 것이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