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시대 근로자는 산업혁명 직후 공장근로자와 닮은꼴

  • 입력 2005년 9월 30일 03시 07분


코멘트
요즘 미국에서 잘나가는 지식근로자들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일하러 나가면서 필요한 휴대전화 통화를 한다. 전화로 진행되는 회의에 참가하면서 e메일에 답신하고 오전 4시에 벌떡 일어나 유럽에 전화를 거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지식근로자들의 근무 시간이 늘어나는 등 이들의 노동 강도가 산업혁명 직후의 공장근로자들과 다를 게 없다고 미국 경제전문 잡지 비즈니스위크 최근호(10월 3일자)가 보도했다.

지난해 미국 전체 남자 대졸 근로자 중 주당 50시간 이상 일하는 비율은 31%에 달했다. 이 비율은 1980년에는 22%였다. 근무 시간이 줄어드는 전체 미국 사회의 추세와는 반대다. 특히 정보화혁명으로 지난 25년 동안 생산성이 70%나 향상된 점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그러나 이들은 일한 만큼 돈으로 보상을 받는다. 주당 55시간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지난 15년 동안 실질임금이 14% 증가했다. 반면 주당 40시간 일하는 일반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은 큰 차이가 없었다. 또 대졸자의 실질임금은 1980년 이후 30% 급등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지식근로자들의 근무 시간이 늘어난 배경으로 세계화와 인터넷을 들고 있다. 세계화와 인터넷으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매니저급 이상 근로자들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면서 지식근로자들의 근무 강도가 높아졌다는 것.

이와 함께 e메일 등 각종 통신수단의 발달로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진 것도 근무 시간이 늘어나게 된 배경이 됐다. 맥킨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회사 임원의 25%는 “각종 회의와 쏟아지는 e메일과 음성메시지를 모두 관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세계화의 첨병인 미국의 지식근로자들은 더욱 혹사당하고 있다. 1991년 이후 일본 근로자들의 노동 시간이 11% 줄어든 것을 비롯해 프랑스(10%), 독일(6%), 한국(5%) 등은 노동 시간이 크게 감소했지만 미국은 2% 감소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는 전체 근로자에 해당되는 이야기이고 잘나가는 지식근로자들의 근무 강도는 더욱 높아졌다는 것이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