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올리언스, 구호-복구 방법이 없다

  • 입력 2005년 9월 1일 17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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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부리는 상점 약탈, 부족한 물과 식량, 악취를 풍기며 물에 떠다니는 시체, 전염병 창궐에 대한 두려움, 찜통으로 변해버린 실내 미식축구장….

레이 내긴 뉴올리언스 시장이 지난달 31일 "물에 잠긴 도시를 포기해야할 것 같다. 2,3개월 동안 도시의 기능을 되찾기 어렵다"고 '도시 포기'를 발표하는 그 순간에도 '재즈의 고향' 뉴올리언스는 악몽의 도시로 변해가고 있었다.

지금 유일한 희망은 수위상승이 멎었다는 것 정도. 하지만 이는 복구가능성을 접어버린 도시의 절박함을 역설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뉴올리언스는 미시시피 강물과 주변 호수 물의 유입을 막아주던 높이 3, 4m의 제방 가운데 3곳이 30~90m씩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강풍에 무너졌다.

미 육군 공병대는 제방이 무너진 곳을 대형 콘크리트 덩어리로 막은 뒤 대형 펌프로 물을 퍼내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곧바로 '당분간 복구 불가능' 결론을 내렸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미 정부가 총 250억 달러(25조 원) 규모의 방대한 지원계획과 함께 긴급구조부대를 주말까지 이 지역에 투입한다고 발표했지만 뉴올리언스의 이재민들에게는 '먼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뉴올리언스의 상점 약탈은 식품 약품을 위한 '생존형'에서 점차 보석 무기류 자동차 탈취라는 '범죄형'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또 경찰병력이 구조에 주력하는 것을 틈타 '경찰 코앞에서' 전자제품을 꺼내가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결국 처음에는 "약탈을 비난하기가 어렵다"던 내긴 시장도 경찰병력 1500명에게 "구조활동과 약탈범 검거를 동시에 하라"고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경고방송을 듣고도 대피용 승용차가 없어서 발이 묶였던 저소득층이 몰려들었던 실내 미식축구경기장 수퍼 돔은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했다.

전기가 끊겨 실내온도가 38도를 넘어서 푹푹 찌는데다 음식 쓰레기와 화장실 오물이 내뿜는 악취가 체육관을 뒤덮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세수조차 변변히 못한 대피 주민들은 차분함을 잃은 채 짜증 섞인 말다툼을 벌이는 횟수가 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혼란 속에 강간 자살 등 확인할 수 없는 소문이 주민들 사이에 빠르게 퍼지면서 복구 의지마저 꺾어놓고 있다"고 전했다.

루이지애나 주 정부가 7시간 떨어진 텍사스 주 휴스턴의 애스트로 돔으로 주민 2만5000여명을 옮기기로 한 결정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뉴올리언스의 상황이 악화되면서 이라크 전쟁에 너무 많은 돈과 주 방위군 병력을 투입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언론을 통해 나오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9·11 테러 이후 어려운 시험대에 섰다"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은 텍사스 크로퍼드에서 4주 동안의 휴가를 마친 뒤 이날 백악관으로 돌아가는 비행항로를 뉴올리언스 상공을 지나도록 조정해 재난현장을 눈으로 확인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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