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핵대응 논리‘고무줄’…이란,우라늄 변환시설 재가동 강행

  • 입력 2005년 8월 9일 0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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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확산 방지를 위한 초강대국 미국의 상이한 접근법이 논란을 낳고 있다.

북한과 이란에 대해 미국은 ‘평화적 핵 이용’의 제한을 주장하면서도 구체적으론 각각 ‘완전 포기’와 ‘일부 포기’라는 사뭇 다른 요구를 내놓고 있다. 더욱이 미국은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한 인도에는 핵 기술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미국의 ‘제멋대로’ 핵 확산 억제정책은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평화적 핵 이용이 뭐기에…=핵무기 개발을 제외한 원자력 발전이나 연구활동 등 평화적 핵 이용은 국제규범인 핵확산금지조약(NPT)에도 보장된 권리다.

다만 이 같은 평화적 핵 활동이 곧바로 핵무기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예를 들면,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하기 위해선 저농축 우라늄이 필요하지만 이를 고농축할 경우 핵무기 원료가 된다. 또 원자력 발전에 사용된 핵연료를 재처리하면 플루토늄이 된다.

따라서 미국은 핵무기 개발 혐의를 받는 국가엔 평화적 핵 이용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그동안 NPT를 수정해 이런 맹점을 보완할 것을 추진해 왔으나 ‘핵무기 감축이 우선’이라는 다른 국가들의 반대에 부딪치자 자체적으로라도 이를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전과(前科)에 따른 처벌?=미국은 북한에 대해선 “핵 프로그램을 완전 포기하라. 나중에 믿음이 가면 평화적 핵 이용은 고려해 보겠다”는 것인 데 반해 이란에 대해선 “평화적 핵 이용은 허용하겠지만 우라늄 생산은 안 된다”고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비밀리에 핵 시설을 건설했고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마저 어긴 만큼 가혹한 ‘처벌’이 필요한 반면, 이란의 경우 NPT 신고 의무를 어긴 것인 만큼 원자력 발전소는 가동토록 하되 외국에서 그 원료를 대 주는 방식으로 ‘위험의 싹’을 없애자는 것이다.

반면 인도는 NPT에 아예 가입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위반’은 없었던 만큼 핵무기 보유국으로서 대접을 해줄 필요가 있다는 게 미국의 논리다. 물론 여기엔 인도를 중국의 견제세력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적 고려가 깔려 있다.

▽이란 북한의 반발과 논란=북한과 이란이 미국의 요구에 반발하는 것은 예고된 일이었다. 특히 이란은 8일 이스파한의 우라늄 변환시설 가동을 재개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제재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핵 주권 확립을 주창해 온 이란으로선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우라늄의 변환 농축 재처리를 통해 ‘핵연료 주기’를 완성하려던 계획은 모두 포기해야 한다. 북한도 건설 중인 경수로까지 포함한 핵 프로그램을 완전 포기한 상태에선 ‘에너지 자립’은 꿈도 꿀 수 없다.

이처럼 두 나라의 반발로 핵 문제가 다시 꼬이면서 미국의 ‘이중잣대’는 국제적 비난의 초점이 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핵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의 상이한 접근방식은 공평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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