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레스트로이카 20년 “아래로부터의 민주화혁명”

  • 입력 2005년 7월 21일 03시 12분


코멘트
“페레스트로이카를 뛰어넘는 제2의 대변혁이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비로소 시작됐다.” 18일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의 슬라브대 국제관계학부 자미르 셰르마테바 부학장은 이렇게 흥분했다.

페레스트로이카(개혁) 20년. 유라시아 대륙의 한복판을 차지하고 있는 옛 소련 국가들이 지금 제2의 격변기를 맞고 있다. 1985년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공산당 서기장이 주창한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은 러시아뿐 아니라 다른 옛 소련 지역의 운명도 바꿔놓았다. 소련 체제의 억압이 완화되면서 억눌려 왔던 자유와 독립에 대한 열망이 분출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러나 1991년 옛 소련 해체로 15개 공화국이 독립한 후 이어진 경제난과 혼란, 권위주의 정권의 득세는 독립의 의미를 빛바래게 했다. 그랬던 옛 소련 국가들에 ‘제2의 페레스트로이카’가 불고 있는 것이다.

민주화 열풍으로 요약되는 ‘제2의 페레스트로이카’는 카프카스 지역의 그루지야와 아제르바이잔에서 유럽의 우크라이나, 중앙아시아의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 이르기까지 옛 소련 국가 전 지역을 휩쓸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자원개발과 개방의 성과에 힘입은 경제성장도 눈부시다.


페레스트로이카는 정치 지도자의 결단으로 이뤄진 ‘위로부터의 개혁’이었지만 최근 이 지역을 휩쓰는 변화는 민심이 주도하는 ‘아래로부터의 개혁’이다.

지정학적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이 지역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미국 러시아 중국 간의 각축도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최근 세 나라는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주둔 미군의 철수 문제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도 카스피 해 유전에서 나오는 원유 수송을 위한 송유관 노선을 놓고 갈등 중이다.

바쿠·비슈케크·타슈겐트=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