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피플]워싱턴 한국문화원 페스트라이시 박사

  • 입력 2005년 7월 15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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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九雲夢) 홍루몽(紅樓夢) 우게쓰 모노가타리(雨月物語). 한국 중국 일본의 대표적 고전문학작품들이다. 워싱턴의 주미 한국대사관 산하 한국문화원에는 이 작품들을 서슴없이 ‘애독서’로 꼽는 벽안(碧眼)의 학자가 있다.

이매뉴얼 페스트라이시(41·사진) 박사. 삼국지, 수호지는 물론 연암(燕巖) 박지원의 허생전, 양반전을 원전으로 읽어내는 비교문학자다. 7년간의 대학교수 생활을 접고 올해 2월부터 한국홍보용 영문 웹진 ‘다이내믹 코리아’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13일 사무실에서 만난 페스트라이시 박사는 자리에 앉자마자 능숙한 한국어로 독도 문제, 동북아 균형자론을 술술 풀어 내려갔다.

그러다 갑자기 볼펜을 들더니 한자를 써내려갔다. 분구필합(分久必合) 합구필분(合久必分). 삼국지에 나오는 구절이다. 천하가 나눠지면 반드시 다시 합쳐지고, 합쳐져도 다시 나눠진다는 뜻이다. 남북한도 결국 통일을 이룰 것이라는 얘기였다. 한국 일본 대만에 10년 가까이 머물며 한문과 씨름한 역량이 잘 드러나 보였다.

그는 예일대에서 중국문학 학사, 일본 도쿄대에서 일본문학 석사, 하버드대에서 ‘중국 소설이 한국과 일본에 미친 영향’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말도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 순으로 익혀나갔다. 마치 동아시아 언어에 전염이라도 된 듯이….

그러나 그는 스스로를 “학교생활보다는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는 사회 참여적 글을 쓰고 싶은 지식인”이라고 묘사했다.

그가 연암에게 매료된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높은 학문적 성과를 이룬 뒤 서민의 삶을 현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을 통해 조선사회의 통합을 거론한 선각자라는 것이다. 그는 “내가 그 시절을 산 지식인이었다면 과연 어땠을까 하고 스스로 물어보곤 한다”고 했다. 내년이면 그가 연암의 10대 소설을 영어로 옮긴 역작(力作)이 정식 출간된다.

그는 1990년대 말 서울대 중어중문과에 다닐 당시 사귄 한국인 부인과의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네 가족 모두가 아내의 성(姓)인 이(Yi)를 ‘미들 네임’으로 갖고 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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