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원 “P2P 업체도 저작권침해 책임있다”

  • 입력 2005년 6월 29일 0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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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비디오리코더)와 P2P(peer to peer·인터넷상 개인간 파일 공유) 서비스의 차이를 인정하느냐, 마느냐.

이 문제는 1999년 미국 영화·음반업계가 P2P 기술업체들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의 핵심 사안이다.

당초 미국의 1, 2심 재판부는 “P2P나 VCR나 다를 바 없다”며 소송을 기각했다. VCR를 이용해 영화를 불법 복제하는 사람도 있지만 가정에서 합법적으로 TV 프로그램을 녹화하기만 하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P2P 기술의 불법 사용 여부도 최종 소비자의 행위에 달려 있을 뿐이라는 논리였다. 따라서 P2P 기술을 제공한 업체에 저작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것.

이는 1984년 영화업계가 VCR 생산업체인 소니를 상대로 ‘VCR가 불법 복제에 악용될 수 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연방대법원이 내린 원고 패소 판결을 원용한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27일 연방대법원은 하급심의 판결을 뒤집고 최종적으로 영화·음반업계의 손을 들어 줬다. 판결문은 “1, 2심 판결은 VCR와 P2P의 기술적 측면만 보고 판단하는 오류를 범했다. 그런 기술을 이용한 해당 업체의 사업 모델이 무엇인지도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즉 VCR나 P2P 기술 모두 소비자의 불법 복제를 막을 기술적 장치는 없지만, P2P 기술은 VCR와 달리 소비자의 불법 파일 내려받기(다운로드)를 방조하거나 조장함으로써 사업상 이익을 보고 있다는 것. 실제 이번 소송의 피고인 그록스터와 스트림캐스트 같은 P2P 업체의 네트워크를 경유하는 파일의 90% 정도가 불법 파일인 것으로 추산된다.

원고인 미국영화협회(MPAA)와 미국음반업협회(RIAA)는 이번 판결에 대해 “불법 복제 문제로 창작 의욕이 꺾여 있던 영화·음반업계에 정말 반가운 소식”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P2P 업체 측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비슷한 소송이 범람할 가능성이 크고 (P2P) 기술 혁신에도 장애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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