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기업정책 쏟아내는 미국

  • 입력 2005년 6월 10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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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미국 기업들이 싱글벙글하고 있다. 올해 초 출범한 조지 W 부시 2기 행정부가 친(親)기업 정책을 대폭 강화하고 있기 때문. 요즘 부시 행정부는 20세기 초 공화당 출신의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 이후 100여 년 만에 가장 기업 우호적인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줄기차게 친기업 정책을 쏟아내자 기업 로비단체들조차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우려할 정도다.

▽쏟아지는 부시 행정부의 친기업 정책=우선 사법 및 시장규제 기관의 책임자에 친기업 성향의 인사를 지명하는 관례가 대표적인 기업 우대 정책으로 꼽힌다.

5일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에 지명된 크리스토퍼 콕스 하원의원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전임 윌리엄 도널드슨 위원장이 기업들에 엄격한 회계요건을 요구해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린 반면 콕스 내정자는 주주소송을 까다롭게 하는 입법을 주도하고 자본소득세 폐지를 주장하는 친기업적 정치인의 전형으로 평가된다.

8일 상원 인준을 통과한 재니스 로저스 브라운 워싱턴 순회항소법원 판사도 마찬가지. 그는 캘리포니아 연방판사 시절 저소득층 주택을 관광호텔로 개조하도록 허용해 달라고 건설업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이들의 손을 들어줘 시민단체들로부터 큰 비난을 받았던 인물.

지난달 하원을 통과한 파산법과 집단소송법 개정안은 수년에 걸친 미국 기업들의 집요한 로비전의 승리로 평가된다. 파산법 개정으로 개인의 파산신고가 어려워지면서 금융회사들이 큰 이득을 보게 됐으며 월마트 등 대기업은 까다로워진 집단소송법의 최대 수혜기업이 될 전망이다.

또 부시 행정부가 오랫동안 금지됐던 알래스카 야생동물 보호구역 내 석유시추를 허용하면서 엑손모빌 등 석유회사들은 벌써부터 석유시추권을 따내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밖에도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 주도로 제약회사, 총기회사, 석면제조회사 등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도 추진되고 있다.

▽달라진 미국 내 기업 정서=민주당도 뒤질세라 친기업 정책에 동참하고 있다. 민주당은 집단소송법, 파산법 개정안을 발의한 뒤 찬성표 결집을 주도했다.

최근 친기업 법안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올해가 선거가 없는 해이기 때문. 정치인들은 언론과 시민의 감시 압력에서 벗어나 비교적 자유롭게 기업과 우호적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기업에 대한 미국 국민의 정서가 크게 변한 것도 친기업 정책이 증가하는 요인 중 하나. 존 피트니 미국 클레어몬트대 정치학과 교수는 “미국 가정의 3분의 2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성패에 신경 쓰지 않을 사람들이 어디 있겠느냐”면서 “친기업 정책에 대해 일방적으로 반대하는 분위기는 이제 거의 찾아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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