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살아보니]자식 잘 키우면 노후 행복할까요

  • 입력 2005년 5월 2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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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4년여를 살면서 눈에 띄는 점 하나는 한국 사람들만큼 건강에 신경 쓰는 국민도 드물다는 것이다. 몸에 좋은 먹을거리와 좋은 환경에 대한 관심을 보면 그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인들의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다’는 원초적인 소망을 대변하는 듯하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과연 ‘건강하게 오래오래’를 위해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을까. 물론 몸에 좋은 음식을 먹고, 유해 환경으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는 거주 공간에 살며, 공기청정기를 집안에 설치하는 등 ‘건강한 몸’을 지키는 것은 그 어느 민족에 못지않을 듯싶다.

그러나 최근에 한국이 15년 내에 세계 1위의 고령사회가 된다는 반갑지 않은 통계를 본 적이 있다. 고령화가 오랫동안 진행돼 온 일본을 제치고 한국이 최고령 사회로 올라설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보도를 접하니 단지 ‘건강하게’만을 챙기는 것보다, 건강하게 ‘어떻게 오래오래 살 것인가’를 준비하지 못한 사람은 정말 장수가 행복이 아니라 하나의 위협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한국인 친구와 저녁식사와 함께 담소를 즐기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자네는 노후 준비가 어느 정도 되어 있나”라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에 문화적인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자식들 잘 키우는 것이 노후 대책이 아닐까 싶다”며 껄껄 웃는 그가 부럽기도 했지만 조금 염려스럽기도 했다.

한국은 ‘부모와 자식’의 사랑과 유대감이 매우 돈독하여 부모가 자식에게 헌신하며, 자식이 성인이 된 후에라도 정신적으로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재산 상속도 자연스레 이루어진다고 들었다. 요즘 들어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자식은 육체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약해진 부모를 돌보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낮은 출산율과 고령화 추세를 보면 단순히 부모 자식 간에 믿고 의지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사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내가 태어난 영국에서는 부모가 자식에게 의지해 노후를 맡기기보다는 정부의 노후 시책에 의지해 왔다. 그러나 영국도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은 무색해진 지 오래다. ‘노후는 정부가 보장한다’는 전통 관념이 깨지고 대신 노후 준비의 책임을 사회 구성원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초고령화에 대처하기 위해 출산휴가 확대, 연금제도 개혁, 정년제 폐지 등 다방면으로 대책을 마련 중이다.

한국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을 챙기며 자신의 몸을 사랑하는 만큼 자신의 안전하고 안락한 노후 대책에 대해 과연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는가? 이는 단순히 몸에 좋은 음식을 꾸준히 섭취하고, 몸이 늙으면 돌보아줄 든든한 자식이 있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약력▼

1961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영국 사우스엔드대를 졸업하고 은행을 비롯한 금융 업계에서 20년간 경력을 쌓아 왔다. 2001년 11월부터 PCA생명 대표를 맡고 있다.

마이크 비숍 PCA생명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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