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의 美국무부 ‘작은 백악관’ 역할

  • 입력 2005년 3월 21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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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영향을 준 것이 아니라 그가 나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쳐 왔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최근 한 사석에서 지인들이 “당신은 부시 대통령에게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고 지적하자 이렇게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스 장관의 아시아 6개국 순방(16∼21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의 반박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미국 언론들은 “라이스 장관은 (이번 순방에서) 백악관을 대변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줬다”고 분석했다. 라이스의 국무부가 ‘백악관의 협력처’ 또는 ‘작은 백악관’으로 운영될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대통령 홍보하는 장관?=이번 순방은 라이스 장관에게는 ‘현장학습(field trip)’의 성격이 짙다. 그러나 그는 가는 곳마다 부시 대통령의 외교정책 기조를 홍보하기에 바빴다.

20일 서울의 한미연합사령부 지휘통제소(TANGO)를 전격 방문한 그는 “부시 대통령은 ‘자유의 확산’을 미국 대외정책의 핵심으로 삼았다”며 “자유의 최전선에서 근무하는 여러분은 자유의 확산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7일 파키스탄 방문 도중 공개적으로 “2007년까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며 파키스탄의 민주화 일정을 직접 제시했다. 19일 일본 도쿄(東京)에서는 아직도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 중국 당국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뒤 20일 중국을 방문하자마자 베이징(北京)의 한 교회의 예배에 참석해 ‘무언(無言)의 시위’를 하기도 했다.

▽라이스의 힘, 어디서 오나=LA타임스는 최근 “라이스 장관이 거침없는 외교적 행보를 할 수 있는 것은 부시 대통령의 전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라이스 장관은 20일 일본 조치(上智)대 초청 연설에서 일본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 조치를 겨냥해 단도직입적으로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 이제 이 문제를 해결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미국의 국익 추구를 위해선 민감한 외교 현안에 대해서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언하는 부시 대통령의 직설적 화법을 그대로 빼닮은 모습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콜린 파월 전 장관의 외교방식 비교
라이스   파월
2005년1월26일∼재임기간 2001년1월20일∼2005년1월26일
벨기에 프랑스 독일 바티칸시티 아일랜드 이스라엘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멕시코 폴란드 슬로바키아 터키 영국 인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일본 한국 중국(19개국) 취임 후 2개월내 방문국이탈리아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요르단 쿠웨이트 벨기에(8개국)
-부시 대통령과 비슷한 직설적 화

-상대국가가 싫어하는 메시지도 공개적으로 언급

화법-공개석상에서는 화합 강조

-상반된 입장을 모두 고려하는 다소 모호한 화법

-측근 그룹 중심으로 중요 현안에만 집중국무부 운영

기조

-직업외교관의 역할 중시하고 지휘계통 강화
-백악관의 외교정책 기조를 그대로 실천하는 ‘협력처’ 기능백악관과의

관계

-일부 현안에서 백악관과 다른 의견 내놓는 독자적 기능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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