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 주의보’…말라카해협 인접국 대응 부심

  • 입력 2005년 3월 18일 18시 32분


코멘트

12일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접경 해역인 말라카 해협. 기관총과 로켓포로 무장한 해적 40여 명이 인도네시아 유조선을 습격했다.

해적은 선장과 최고 기술자를 납치해 갔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벨라완으로 향하던 유조선도 해적의 근거지로 추정되는 수마트라 섬 두마이 쪽으로 끌고 갔다.

AP통신은 “지난해 12월 26일 남아시아에 지진해일(쓰나미)이 발생한 이후 주춤하던 해적들의 공격이 올해 들어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기지개 펴는 해적=국제해사국(IMB)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해적의 공격은 2001년 335건에서 2003년 445건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해상 순찰을 강화한 덕분에 325건으로 줄어들었다.

해적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은 말라카 해협, 필리핀 민다나오 섬 주변, 아프리카 서쪽 해안 등이다.

해적들은 성능 좋은 모터를 장착한 소형 보트를 이용해 선박을 공격한다. 대형 선박을 공격할 때는 서너 척의 해적 보트들이 협공하기도 한다. 선박에 올라갈 때 사용하는 대나무 막대와 밧줄은 필수품.

말라카 해협의 해적 공격은 지난해 말 쓰나미와 이에 따른 미군 파병으로 줄어드는 추세였다. 하지만 쓰나미 피해 지역이 복구되면서 최근 해적들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고 IMB의 말레이시아 해적 감시센터는 분석했다.

쓰나미 피해가 심했던 인도네시아 아체 지역은 말라카 해협 인근 해적들의 근거지로 알려져 있다.

▽테러집단과의 연계 가능성=영국 BBC는 최근 유조선에 대한 해적 공격이 부쩍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해적들은 2001년 9·11테러 이후 유조선을 ‘떠다니는 폭탄’으로 인식해 강력한 무기로 확보하려 하고 있다.

게다가 해적들은 점점 국제적인 테러조직과 연계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하는 테러조직 ‘제마 이슬라미야(JI)’는 아체 지역 반군과 연계돼 해적에 가담하고 있다. JI는 2003년 인도네시아 발리의 나이트클럽에 폭탄테러를 감행해 200여 명의 사망자를 낸 알 카에다 하부 조직이다.

▽대응책 마련에 고심=말라카 해협 인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3개국은 지난해 7월 함정 17척을 동원해 해적 퇴치를 공동 훈련을 했다.

필리핀은 해적을 전담하는 해안경비대를 설립했다. 말레이시아 국회는 지난해 우수 해군과 경찰 800명을 뽑아 해적 문제 담당 부서에 배치했다. 일본 해상보안청도 동남아 국가에 대형 순시선을 파견하고 공동 순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