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美 ‘분열의 불씨’…에너지자원 쟁탈전

  • 입력 2005년 3월 14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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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까지 유럽연합(EU)과 유사한 지역경제통합체를 만든다는 목표 아래 지난해 12월 출범한 ‘남미국가공동체’가 첫 걸음부터 연료자원을 둘러싼 갈등으로 삐걱거리고 있다.

국가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는 데다 한 나라 안에서도 다국적 석유기업들을 업은 정치세력들이 첨예하게 대치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남미에서 두 번째 규모의 천연가스(1조5600억m³)를 보유하고 있는 볼리비아의 정국 불안정과 주변 국가들의 개입이다. 볼리비아에서는 정부의 천연가스 개발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로 7일 대통령이 사표를 제출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8일 의회의 사표 반려로 혼란이 수습되는 듯 했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소득이 낮은 고산지대 원주민들과 좌파단체들은 천연가스 산업을 100% 국영화하고 외국 기업들로부터 50%의 생산 로열티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석유와 천연가스가 많이 매장돼 있어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동남부 주민들은 외국자본 진출에 찬성하고 있으며 국가 재정의 상당량을 부담하고 있다는 이유로 자치권까지 요구하고 있다.

주변국들은 이런 볼리비아의 정국 불안정에 대응해 중재 역할을 분담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남미에서 연료자원 개발 및 분배가 역내 상호 협력과 안정으로 가는 관건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 주는 대목이다.

볼리비아에서 하루 2000만m³의 천연가스를 공급 받고 있는 브라질과 2007년부터 매일 2800만m³을 구입할 계획인 아르헨티나는 물론 영토분쟁으로 볼리비아와 적대관계에 놓여 있는 칠레까지 중재에 나서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천연가스를 구입하는 칠레는 아르헨티나가 볼리비아 천연가스를 공급받지 못하면 도미노현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볼리비아 외에도 남미에는 아직도 에너지 자원을 둘러싼 분쟁 요소가 곳곳에 남아 있고 원인도 다양하다. 콜롬비아와 에콰도르처럼 원주민들이 목숨을 걸고 석유개발에 반대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아르헨티나처럼 대통령까지 나서서 외국기업의 석유가 인상에 맞서 국민적 불매운동을 벌인 경우도 있다.

베네수엘라는 생산량을 조절함으로써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하고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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