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유럽과 원래 하나다” 미소 순방

  • 입력 2005년 2월 18일 18시 10분


코멘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1일부터 나흘간 유럽 3개국과 유럽연합(EU) 본부를 순방한다. 2기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유럽을 선택한 것은 이라크전쟁으로 틈이 생긴 대서양 양안(兩岸) 관계 회복을 외교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겉으로는 양측 화해=부시 대통령은 17일 기자회견에서 “유럽 방문의 첫 번째 목표는 양안 관계 회복이 세계 안보와 평화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에 대한 태도도 한결 부드러워져 “우리는 때때로 이견을 보였지만 궁극적인 가치관에 있어선 서로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거만한 일방주의자’라는 이미지를 없애려는 노력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미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통해 유럽에 친화 메시지를 보냈다. 라이스 장관은 최근 유럽 방문에서 줄곧 양안 관계 회복을 호소했다. ‘늙은 유럽’이라는 말로 유럽을 격분시켰던 럼즈펠드 장관도 지난주 유럽의 단결에 대해 찬사를 보냈다.

부시 대통령은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단독 만찬을 함으로써 유럽과 관계 회복을 희망한다는 속뜻을 상징적으로 내비칠 예정이다.

▽속으로는 자국 실리=그러나 양측의 속을 들여다보면 겉으로 드러난 미소는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많다.

회동에 임하는 속셈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은 유럽이 이라크 문제에 좀 더 개입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유럽은 이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는 대신 미국이 교토의정서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천명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핫이슈로 떠오른 이란 핵문제, 대(對)중국 무기수출 재개 문제 등에 대해선 의견 접근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방문 기간 중 시종일관 미소를 짓던 라이스 장관도 이란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유럽은 이란에 좀 더 강경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프랑스 영국과 함께 이란을 설득 중인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지난 주말 “미국 정부가 유럽의 외교적 노력을 지지해 주기를 희망한다”면서 이번 방문 기간 중 부시 대통령이 이와 관련된 지지 발언을 해줄 것을 은근히 요청했다.

중국에 무기 수출을 재개하려는 유럽과 이를 저지하려는 미국의 입장도 당분간 좁혀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으로선 유럽의 무기가 중국에 수출돼 대만에 배치된 미국 무기와 맞서는 상황을 바라지 않는다.

교토의정서 가입 문제에 대해서도 부시 대통령의 생각은 전혀 변화의 조짐이 없다. 그는 여전히 “새로운 기술로 얼마든지 나은 환경을 되찾을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 조지타운대의 찰스 쿱찬 교수는 “양안 관계 회복은 가능하지만 예전의 관계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미국은 더 이상 유럽의 ‘보스’가 아니라는 사실에 익숙해져야 하며 유럽 역시 맹목적인 반미, 반부시가 아니라 협력이 필요한 부분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과 유럽 정상회담 쟁점
미국쟁점유럽연합(EU)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정을 통한 강경 대응 주장이란 핵 개발 의혹협상을 통한 외교적 해결 주장
반대대중국 무기 수출 금지 해제찬성
이라크 내에서 훈련 지원이라크군 훈련이라크 밖에서 훈련 지원
테러단체로 등록 추진레바논 이슬람단체 헤즈볼라테러단체 규정 반대
유럽의 적극 참여북대서양조약기구(NATO)소극적 참여
비준 거부교토의정서미국 참여 촉구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부시 대통령 유럽 순방 일정▼

●21일(벨기에 브뤼셀)

△벨기에 국왕 및 총리 접견

△정재계 인사 대상 특별 연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만찬

●22일(브뤼셀)

△NATO 정상회담 참석

△빅토르 유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견

△EU 집행위원회 등 EU 기구 사상 첫 방문

●23일(독일 마인츠)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

△이라크전쟁 참전 미군과 회동

△독일 시민들과 원탁 토론

●24일(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슬로바키아 정부와 양자회동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시내 광장에서 대중 연설

미국과 유럽 정상회담 쟁점
미국쟁점유럽연합(EU)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정을 통한 강경 대응 주장이란 핵 개발 의혹협상을 통한 외교적 해결 주장
반대대중국 무기 수출 금지 해제찬성
이라크 내에서 훈련 지원이라크군 훈련이라크 밖에서 훈련 지원
테러단체로 등록 추진레바논 이슬람단체 헤즈볼라테러단체 규정 반대
유럽의 적극 참여북대서양조약기구(NATO)소극적 참여
비준 거부교토의정서미국 참여 촉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