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대 고맙긴한데…” 동남아 착잡

  • 입력 2005년 1월 13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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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지진해일 피해 복구를 명분으로 파병된 일본 자위대에 대해 뿌리 깊은 경계심을 드러내 일본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자위대의 ‘인도지원 활동’에 대놓고 반대하지 못하면서도 옛 일본군의 침략을 떠올리며 착잡해 하는 동남아의 정서가 엿보인다.

오노 요시노리(大野功統) 일본 방위청장관은 한국 방문에 앞서 8∼12일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3국을 찾아 자위대 파병과 작년 말 발표한 ‘일본방위대강’의 취지를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은 자위대의 복구 참여에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도 “외국군이 주둔하는 것은 미묘한 문제”라고 말해 마지못해 수용했음을 내비쳤다. 이어 “자위대원이 가볍게 무장하는 건 괜찮지만 중무장은 곤란하다”면서 “주둔 기간도 3개월 이내로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본과 동남아는 말라카 해협의 해적근절 대책과 중국을 보는 시각에서도 의견 차이를 드러냈다.

오노 장관이 “말라카 해협의 안전은 일본으로서도 중요하다”며 해상자위대 활용 가능성을 타진하자 싱가포르 정부는 “해협의 안전은 연안국이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쐐기를 박았다. 말레이시아도 “일본의 협력은 연안국의 주권과 모순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가세했다.

오노 장관은 중국 잠수함의 일본영해 침범과 군비 증강을 거론하며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동남아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말레이시아 국방장관은 “군사적으로 중국을 위험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일본을 실망시켰다.

아사히신문은 “자위대의 해외활동이 늘어난 데 대해 동남아 국가들은 기대보다는 우려하는 기색이 뚜렷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남아시아 지진해일 피해지역에 자위대원 1000여 명을 파병했으며 이를 계기로 해외활동을 자위대의 본래 임무로 격상시킬 방침이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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