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은 평온하소서…축제대신 추모 기도로 새해맞이

  • 입력 2004년 12월 31일 17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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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지구촌의 풍경은 어느 해보다 차분했다.

많은 나라에서 요란한 카운트다운으로 새해를 반기는 대신 추모의 기도를 올렸다. 지진해일로 대참사를 겪은 아시아 국가들 때문이다.

피해국뿐 아니라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와 미국 일본 등도 이번 참사에서 적지 않은 국민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프랑스 파리 시는 매년 수십만 명이 들뜬 분위기에서 새해를 맞는 샹젤리제 거리의 가로수마다 지진 희생자를 기리는 검은 띠를 내걸었다.

독일의 새해맞이 인파가 모여드는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에선 “폭죽을 자제하고 그 비용을 희생자 돕기에 기부해 달라”는 영상물이 상영됐다.

‘피사의 사탑’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피사 시는 새해 축제를 취소하고 행사 비용을 아시아 돕기에 내놓았다. 스웨덴은 1일을 ‘애도의 날’로 정했으며 벨기에에선 조기를 게양했다.

직접 피해를 본 아시아 국가는 더욱 엄숙한 가운데 새해를 맞았다.

말레이시아는 압둘라 아마드 바다위 총리의 지시로 공공기관의 송년행사를 추모식으로 대체했다.

요란한 제야 행사로 유명한 싱가포르의 에스플라나드 극장은 새해맞이 카운트다운 대신 1분간 묵념 시간을 가진 뒤 모금 행사를 벌였다. 극장 관계자는 “준비한 폭죽은 나중에 적절한 시기에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콩 관광위원회도 2일까지로 예정돼 있던 폭죽 행사를 취소했다.

탁신 친나왓 태국 총리와 테니스 스타 마리아 샤라포바, 비너스 윌리엄스 등이 참석하기로 돼 있던 방콕의 송년 축제도 취소됐다.

스리랑카에서는 지난해 12월 31일이 애도의 날로 선포돼 라디오방송에서 경쾌한 음악이 사라졌으며 압둘 칼람 인도 대통령은 1일 대통령 궁에서 하객을 맞는 행사를 갖지 않기로 했다.

집단 히스테리에 빠진 지구촌 사람들은 “신의 뜻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도 던지고 있다.

이번 재해로 인도네시아의 이슬람교도, 인도의 힌두교도, 태국과 스리랑카의 불교도, 기독교와 유대교를 믿는 서구 관광객들이 모두 피해를 보았기 때문에 세계 모든 종교 지도자들이 신도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진을 빼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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