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유코스社 경매…무명기업 ‘바이칼 그룹’에 낙찰

  • 입력 2004년 12월 19일 1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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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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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최대 민간 석유회사 유코스의 핵심 자회사인 유간스크네프테가스에 대한 경매가 19일 강행됐다.

모스크바에서 진행된 경매 결과 인수가 유력했던 국영 가스프롬네프티를 제치고 무명의 바이칼파이낸스 그룹에 낙찰됐다.

일단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추진해온 ‘유코스 해체’ 작업은 이로써 마무리됐다.

93억 달러로 유간스크네프테가스를 인수한 바이칼파이낸스는 이번 경매에 참여하기 위해 급조된 회사로 보인다. 국영 가스프롬이 세운 유령회사라는 설과 크렘린과 가까운 석유재벌인 수르구트네프트가스가 배후에 있다는 설 등 이회사의 정체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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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번 경매는 에너지산업을 국가의 통제 아래에 두기 위해 푸틴 대통령 정부가 2년여에 걸쳐 추진한 치밀한 작업 끝에 나온 것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러시아 정부의 에너지산업에 대한 통제 강화는 앞으로 에너지를 무기로 삼아 국제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치밀한 유코스 해체 작업=지난해 10월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유코스 회장의 구속이 푸틴 정부의 에너지 장악 작업의 신호탄이었다. 러시아 당국은 200억 달러가 넘는 탈세 혐의를 잡고 밀린 세금을 받아내겠다며 유간스크네프테가스를 경매에 부쳤다.

앞서 10월 크렘린은 푸틴 대통령의 측근들이 사장으로 있는 세계 최대의 가스회사인 국영 가스프롬과 국영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티를 합병한다고 발표했다.

또 국가가 에너지산업을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식 모델과 노르웨이식 모델을 연구하는 등 치밀한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되는 역풍=크렘린이 배후에서 유코스 해체와 에너지산업의 국가 장악을 추진해온 것으로 드러날 경우 해외의 역풍이 예상된다. 시장경제에 반하는 에너지 국가독점 의도 때문에 외국 자본의 동요도 심하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가스프롬의 신용등급 하향조정 가능성을 경고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도 러시아 정부가 에너지산업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할 경우 경제성장에도 나쁜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크렘린 내에서도 개혁세력의 대표격인 게르만 그레프 경제개발통상장관은 에너지 국가 독점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에는 유리?=러시아 정부의 에너지산업 독점이 시베리아 가스전과 사할린 유전 개발 등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에 유리한 것인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개별 민간 회사가 아닌 러시아 정부와의 합의를 통해 정치적으로 신속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는 측면에서는 사업하기가 더 수월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가 강화된 영향력을 이용해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내세우거나 합의를 일방적으로 뒤집어버릴 가능성도 있다.

컨설팅회사인 아톤의 드미트리 루카쇼프 연구원은 “로스네프티와 가스프롬 합병이 발표됐기 때문에 이 사업에 한국을 참여시키기로 한 결정까지 재검토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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