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국제 환투기세력 돌아왔다

  • 입력 2004년 11월 23일 16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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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미 행정부는 '강한 달러화'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국제금융계에서는 달러화 약세가 구조적 추세로 자리 잡았다고 진단했다. 이미 지구촌 곳곳이 달러화 약세의 영향권에 사로잡혔다.

세계 외환시장에서 하루에 거래되는 금액은 1조9000억 달러(약 2024조원), 파생상품 거래액은 하루에 1조 달러(약 1065조원)에 이른다. 뉴스위크 최신호(29일자)는 달러화 약세로 최근 급신장한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들이 돌아왔다!"=홍콩에서는 1997년 아시아 통화위기를 몰고 왔던 국제 환투기세력이 돌아온 징후가 뚜렷하다. 수십억 달러(약 수조 원)의 단기투기자금이 은행과 주식시장, 부동산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올 들어 증시는 9%, 아파트는 50% 급등했다.

1달러에 7.78 홍콩 달러로 묶인 고정환율제가 폐지된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이들은 중국이 변동환율제를 채택하는 순간 홍콩 달러화 가치가 오를 것으로 본다. 뉴스위크는 투기세력이 매집하기 힘든 중국 위안화 대신 대체물로 홍콩 달러화를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뮤추얼펀드를 비롯한 해외 펀드들은 말레이시아 증시를 공략하고 있다고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23일 보도했다. 덕분에 말레이시아 KLSE지수는 18일 918.51로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차익실현으로 상승세가 주춤했지만 23일 다시 반등세를 나타냈다.

해외 펀드들은 1달러에 3.8 링기트로 고정한 말레이시아 페그제가 폐지될 것으로 본다. 현재 11% 저평가된 링기트화가 평가 절상되면 주식투자금은 환차익을 볼 수 있다. 말레이시아 올해 경제성장률이 7%로 예상돼 증시에서도 차익을 기대할 만하다.

▽개도국들은 전전긍긍=투기세력이나 펀드에 비해 발걸음이 느린 각국 정부는 뾰족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때 외환위기를 겪은 일부 개발도상국들은 과거보다 2배 가까이 달러화를 더 확보해 달러화 약세로 인한 손실을 감내해야 할 상황.

세계은행은 중국과 인도 브라질 멕시코 태국 터키 등은 2000년 3월~2003년 1월 해외에 발행된 미 국채의 51%를 보유했다고 지적했다. 이중 멕시코는 전체 외환 보유고의 70%를 미 국채가 차지하는 실정.

그러나 아르헨티나와 콜롬비아 우르과이 등 일부 중남미 국가들은 정부가 달러화에 대해 자국 통화를 인위적으로 절하시켜 수출 호조를 누리고 있다고 뉴스위크는 지적했다. 또 달러화에 연계된 부채 부담도 가벼워져 빚 상환의 호기를 맞기도 했다.

한편 유로화 영향권에 있는 일부 서아프리카 국가들은 달러화 약세의 반사작용인 유로화 강세 때문에 고통스럽다. 이 국가들은 자국 통화를 유로화에 고정시켰기 때문에 유로화 강세 여파를 고스란히 받는 상황이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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