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범죄단체들, 인질 잡아 일확천금 요구

  • 입력 2004년 10월 12일 19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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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 팔고 집도 팔고 팔 수 있는 건 다 팔았습니다. 은행에서 대출까지 받아서, 마련한 1만5500달러가 전부입니다.”

7일 오전 요르단의 수도 암만. 요르단인 무하메드 에자는 남동생 히샴 탈레브 에자를 살리기 위해 전화통을 붙잡고 인질범에게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히샴씨는 이라크에서 미군 군납업체인 스타라이트의 회계원으로 일하다 5일 전 납치됐다.

“닥쳐라. 그건 너무 적다. 마지막으로 이틀을 더 주겠다. 그 안에 50만달러를 만들지 못하면 동생의 얼굴을 보지 못할 줄 알아라.”

미국의 시사주간 뉴스위크 최신호(18일자)는 이라크에서 외국인 납치가 ‘번창하는 사업’으로 뜨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전쟁 이후 납치가 범죄조직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등장했다. 당초 대상은 이라크인들.

하지만 미국에 맞서 싸우는 저항세력이 외국인 납치 전략을 구사하면서 외국인 납치가 거액의 수입을 보장하는 사업으로 급부상했다.

이라크인 인질의 몸값은 잘해야 몇만달러지만 외국인은 한 번에 몇십만달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치안이 무너져 붙잡힐 염려가 없는 것도 납치사업 확산을 부채질한다.

지난달 7일 국제구호단체 직원으로 바그다드 도심 사무실에서 납치된 이탈리아 여성 2명이 대표적 사례.

쿠웨이트 신문 ‘알 라이 알 암’의 자심 브다이 편집국장은 “이 여성들을 납치한 ‘이라크 이슬람군’ 내부로부터 나온 정보에 따르면 인질의 안전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 50만달러, 풀어주는 데 50만달러가 들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이라크에서 외국인 납치를 저지른 조직은 최소 17개로 알려졌다. 이들에 의해 약 150명의 외국인이 피랍됐으며 이 가운데 약 40명은 살해당했다. 최소 20명은 아직 억류된 상태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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