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총리자문기구 “日 무기수출금지 폐기해야”

  • 입력 2004년 10월 5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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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국제테러와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처하려면 자위대의 즉시 대응 능력을 키우고 ‘신(新)미일안보공동선언’을 통해 미국과의 동맹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자문기구가 제언했다.

총리자문기구인 ‘안전보장과 방위력에 관한 간담회’는 4일 △자위대 전력(戰力)의 다기능 탄력화 △자위대의 해외 활동범위 확대 △무기수출금지 원칙의 수정 △미일 안보동맹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올해 말 ‘방위계획대강’을 개정할 때 보고서 내용을 전폭 반영할 방침이다.

보고서는 필요한 최소한의 방위력만을 보유한다는 취지의 ‘기반적 방위력’ 개념을 폐기하는 대신 안보정세 변화에 맞춰 ‘다기능 탄력적 방위력’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자위대의 ‘부수 임무’로 규정된 해외활동을 ‘본래 임무’로 격상시켜 국제분쟁 지역에 대한 자위대 파병을 활성화할 것을 요구했다.

보고서는 “미국과 미사일방어(MD) 체제를 공동 개발 중인 만큼 적어도 미국에 대한 무기수출 금지는 완화돼야 한다”면서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견지해 온 ‘무기수출금지 3원칙’의 개정을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우선 미국과의 MD부품 거래로 원칙을 완화시킨 뒤 외국과의 무기 공동개발 체제로 이행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자문기구는 또 미일 양국이 주일미군 재편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의 안보역할 분담에 관해 협의한 뒤 그 결과를 새로운 ‘미일안보공동선언’에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새 안보선언은 극동으로 제한된 미일 동맹의 관할지역을 세계 전역으로 넓힌다는 의미”라며 “이를 계기로 일본의 국시인 전수(專守·수비에 전념하는 개념)방위 원칙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가 거론한 항목들은 대부분 현행 헌법에 배치되는 데다 민감한 내용을 담고 있어 지금까지 정부 차원에서는 공론화되지 못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보고서를 건네받은 뒤 “모두 필요한 조치”라며 “종합적으로 판단해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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