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는 두 가지 요소가 담겨 있다. 하나는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한 실리주의 외교다. 다른 하나는 사회주의권 몰락 이후 국가 정체성을 떠받치는 이데올로기가 된 민족주의다.
하지만 새 지도부의 민족주의 색채가 뚜렷하다는 점에서 중화패권주의를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대만 다루기가 시금석=후 주석은 7월 24일 제15차 당 정치국 집단학습회에서 “국익을 지키기 위해 국방과 경제가 협조 발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부국강병의 새 국가 지도이념을 제시한 것이다.
이는 덩샤오핑(鄧小平)이 “군대는 전반적인 국가건설에 복종해야 한다”고 천명했던 경제우선 정책을 사실상 폐기한 것. 급속한 경제발전을 바탕으로 군사역량을 확충하고 대외적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일본과의 패권 경쟁, 미국의 ‘중국 포위론’에 대한 대응체제 구축에서 ‘후진타오판 부국강병론’의 진면목이 드러나겠지만 당장의 시금석은 대만 문제다.
후 주석은 20일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사임 직후 소집된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 “현재 가장 중요하고,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시급한 전략은 (대만에 대한) 군사 투쟁의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전 주석이 물러나면 중국의 대(對)대만정책이 비교적 온건해질 것이라는 일부 관측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대만 국민당 대륙부 주임 장룽궁(張榮恭)도 “후 주석이 온건할 것이라는 기대는 착각일 뿐”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군부에 대한 장악력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라도 더 강경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민족주의 성향 속의 대미(對美) 실리외교=미국 언론들은 장 전 주석의 사임 직후 일제히 “중국 역사상 최초의 무혈 권력이양”이라고 보도했다. 후 주석의 신(新) 체제 아래서 중국과의 동반자적 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담은 평가였다.
그러나 워싱턴은 큰 기대는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후 주석이 서구 민주주의를 ‘막다른 골목’에 비유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대미 관계는 장 전 주석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쟁과 협력의 변주곡이 유지될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종전과 사뭇 다른 외교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미국을 제외한 유라시아 및 아프리카 대륙과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외교의 초점도 실리에 맞춰져 있다.
후 주석은 지난해 3월 국가주석에 취임한 이후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을 순방했지만 미국은 제외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지난해 12월 무역역조에 따른 미국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방미한 것이 새 지도부의 유일한 미국 방문이다.
후 주석은 유럽과 아시아를 순방하면서 석유 에너지 확보 등 실리외교를 펼치고 ‘패권주의 반대와 다극화된 국제질서’를 주장했다. 미국의 중국 포위에 대항하는 새로운 국제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내심을 드러낸 것이다.
후 주석을 포함한 9인 정치국 상무위원들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상하이협력기구(SCO), 동남아국가연합(ASEAN) 등에 참석하면서 주변국을 도는 실무형 외교를 펼치고 있다. 종전의 외유형 출국은 없어졌다. 29일 원 총리의 러시아 방문도 에너지 확보를 위한 것이다.
후진타오 시대 중국의 대외 관계 | |||||
주요 항목 | 한국 | 북한 | 미국 | 일본 | 대만 |
관계 설정 |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 | 혈맹관계에서 안보협력 도모하는 정상적 국가 관계로 변화 | 전략적 동반자 관계 | 선린 동반자 관계 | 중국 영토의 일부 |
협력 분야 | 경제 협력, 북핵 6자회담 조율 | 대북 경제지원, 국제사회에서의 협력 강화 | 국제테러리즘 공동 대처, 북핵 6자회담, 경제협력 등 실리 추구 | 북핵 6자회담, 동북아 안정 유지 | 경제 협력 |
갈등 요인 | 고구려사 문제, 중국의 동북아 지역패권 추구 | 북핵 6자회담 협의 문제, 고구려사 문제 |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항하는 새로운 국제체제 구축, 대만문제, 무역 분쟁, 인권 문제 | 동북아 패권 추구,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 역사문제, 대만문제 | 대만의 독립노선 추구, 2008 베이징 올림픽 대만 참가 문제 |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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