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슬란 인질사태 의문점]알카에다 개입여부 왜 침묵하나

  • 입력 2004년 9월 7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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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남부 베슬란 제1공립학교 체육관의 인질극 참사 현장에 놓인 조화들. 물이 없어 소변을 받아먹은 친구들을 추모하는 뜻으로 학생들이 갖다 놓은 물병들도 눈에 띈다.
러시아 남부 베슬란 제1공립학교 체육관의 인질극 참사 현장에 놓인 조화들. 물이 없어 소변을 받아먹은 친구들을 추모하는 뜻으로 학생들이 갖다 놓은 물병들도 눈에 띈다.
러시아 북(北)오세티야공화국 베슬란 인질 사태가 7일로 유혈 참사로 막을 내린 지 5일이 지났지만 해소되지 않고 있는 의문점이 한둘이 아니다.

이에 러시아 언론과 야당들은 이날 “러시아 당국이 진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정치적 목적 때문에 사건 자체를 축소 은폐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단적인 예로 6일 현재 사망 338명에 부상 435명이라는 공식 발표는 있었으나 현장 수습이 거의 끝났는데도 200여명이나 되는 실종자의 행방은 아직도 묘연하다는 지적이다.

▽인질범들은 다국적 저항군(?)=러시아 검찰은 인질범들이 고려인을 비롯한 10여개 민족 출신으로 구성돼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들의 신원을 어떻게 확인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러시아 외교가에선 러시아 당국이 체첸반군과 외부세력이 연계됐음을 부각시키기 위해 인질범들의 다민족성을 강조하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당초 “인질범 중에 흑인과 아랍인이 있다”며 이 사건에 알 카에다 등 국제테러조직이 개입돼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러시아 당국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범인들이 민족을 초월해 이슬람원리주의의 영향을 받았거나 돈으로 고용된 ‘용병’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러시아 일간지 브레마는 7일 인질범 중 한 명이 체첸의 특별감옥에 수감 중이던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러시아 당국은 감옥에 있어야 할 인물이 밖에서 활동한 데 대한 책임 소재를 우려해 이들의 신원을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

▽왜 하필 북오세티야였나=범인들은 체첸과 북오세티야 사이에 있는 잉구슈를 가로질러 베슬란까지 잠입했다. 당연히 체첸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잉구슈나 다게스탄이 아닌 북오세티야를 테러 장소로 선택한 점이 의문시된다.

일단 체첸반군이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분위기의 주변 이슬람공화국보다 러시아정교를 믿는 북오세티야를 선택했다는 해석이 있다.

이런 해석이 사실이라면 북오세티야에서는 체첸인과 잉구슈인에 대한 적대적 감정이 확산돼 민족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특수부대는 어디 있었나?=큰 희생을 불러온 엉성한 진압작전의 원인은 일단 러시아 당국의 허술한 준비와 방심 탓이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인질극 당시 협상 분위기가 이어지자 러시아 당국은 최정예 대(對)테러 특수부대인 알파부대를 현장에서 철수시켰다. 갑자기 학교 안에서 폭발과 총성이 나는 돌발 상황이 벌어지자 가장 먼저 학교 안으로 뛰어 들어간 것은 인질 가족 등 마을 주민들과 현지 전투경찰이었다.

목격자들은 “진압작전이 아니라 시가전을 연상시킬 정도로 당시 상황이 혼란스러웠다”고 증언했다.

사태 발생 30분 후에야 허겁지겁 투입된 알파부대는 사태 장악과 인질 구출에 어려움을 겪었을 뿐 아니라 10여명의 부대원이 숨지는 등 자신들도 부대 창설 이후 가장 큰 피해를 보았다.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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