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거노믹스의 명암

  • 입력 2004년 6월 14일 15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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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 로널드 레이건 전(前) 미국 대통령은 미 역사상 미국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대통령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감세(減稅)와 규제완화를 축으로 하는 '레이거노믹스(레이건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일컫는 말)'는 고(高)실업과 고(高)물가로 허덕이던 미국 경제를 침체의 늪에서 건져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레이건 전 대통령의 세금감면 정책은 기업가정신을 부추겨 정보기술(IT) 혁명의 토대를 마련했으며 개인의 저축과 기업의 투자를 유도해 장기적인 성장 동력의 기반을 닦았다.

공급위주의 경제학이라고 알려진 레이거노믹스는 세금감면이 근로자들의 근로의욕을 고취시키고 생산성의 향상을 가져오고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논리다. 또 생산성의 향상에 따라 인플레 압력은 완화되고 세수(稅收)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레이건 전 대통령이 취임하던 해인 1981년 8월13일 서명한 '경제회복 세금법안'은 이같은 레이거노믹스가 그대로 담겨있는 첫 번째 법안이었다.

바로 전날에는 미국 IT혁명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발표가 있었다. 미 IBM사가 미국 최초의 퍼스널 컴퓨터인 IBM PC를 공개했던 것.

기술혁신과 기업가정신을 중시하는 레이건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IT혁명의 원동력을 제공했다. 선 마이크로시스템스, 델 컴퓨터, 시스코 시스템스 등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레이건 대통령 취임 직후에 생겨났다.

특히 1986년 레이건 전 대통령이 발표한 또다른 감세 법안인 '세금 개혁 법안'은 소프트웨어 금융서비스 등 제조업 보다는 '아이디어'에 기반을 둔 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 것이었다. 이 법이 통과된 뒤 오라클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법인세율은 평균 44%에서 32%로 떨어졌다.

레이거노믹스은 큰 효력을 발휘했다. 1982년부터 1990년까지 미국경제는 성장을 거듭했다. 이 시기에 200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됐고 주식시장은 2000년까지 호황을 구가했다. 1980년 13.5%에 달했던 물가상승률은 레이건 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해인 1989년 5%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경제성장의 '그늘'도 없지 않았다. 시장의 자율을 강조하는 대신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면서 의료 교육 환경 등 복지예산이 큰 폭으로 삭감됐다. 감세와 사회안전망 축소는 빈부격차를 가져왔다.

세금감면으로 인해 정부부채는 3배로 증가했고 이후 미국 경제에 큰 부담을 안겨줬다. 이 때문에 비판론자들은 레이건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을 '부채의 시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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