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族 “연방제 안되면 어떡하나”

  • 입력 2004년 5월 24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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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없는 소수민족 쿠르드족의 ‘이라크 연방제’ 꿈은 실현될까.

이라크 전후 처리문제 및 주권이양 과정이 진통을 겪으면서 쿠르드족 지도자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연방제를 규정한 이라크 임시헌법으로 자치가 보장돼 있고, 내년에 제정될 영구헌법에서도 연방제 승계가 확실해 보이지만 최근의 불안한 상황이 꺼림칙하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4일 만약 쿠르드족의 지위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면 이들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을 쫓아내는 것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한 쿠르드족은 미군 주도의 연합군에 적극 협조했다.

문제는 이라크 사태가 수렁에 빠지면서 쿠르드족 지도자들의 실망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 쿠르드족은 6월 30일 주권이양 때 대통령 또는 두 명의 부통령 가운데 적어도 하나는 차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쿠르드족 지도자들은 요즘 현재 쿠르드족이 맡고 있는 외무장관 자리마저 빼앗길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쿠르드애국연합(PUK) 고위간부인 나세르완 무스타파는 “실망감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만약 쿠르드족이 과도정부 내에 아무런 자리도 차지하지 못한다면 후세인의 바트당 치하나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쿠르드족의 관심은 후세인이 북부지역에서 물러난 1991년 이래 누려온 자치를 계속 누릴 수 있느냐는 것. 이들의 꿈은 연방제를 실현하는 것이지만 인접국가인 터키, 시리아, 이란이 쿠르드족의 자치권 확대를 경계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쿠르드족 지도자들은 이라크 시아파 최고지도자 알 시스타니가 쿠르드족 자치를 보장한 임시헌법에 부정적이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시스타니의 목소리가 커지면 쿠르드족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19년간 게릴라 활동을 했던 무스타파는 “이라크의 미래가 안정될지, 내전 상황으로 치달을지 잘 모르겠다”며 “어떤 경우라도 쿠르드족의 주체성과 권리는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연방제가 그들의 마지노선임을 강조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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