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이라크파견]美 ‘한국 파병’ 압박인가 포기인가

  • 입력 2004년 5월 17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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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결정은 한국의 이라크 추가파병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각에선 미국의 결정은 파병을 미루고 있는 한국 정부에 대한 일종의 경고 메시지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돈다.

▽왜 차출하나=17일 국방전문가들은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은 예견된 일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14만∼15만명 수준인 이라크 배치 미군의 피로가 누적되기 전에 주기적으로 교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사전문가는 “이라크에선 사막전에 투입된 미군의 스트레스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며, 보도가 안 됐을 뿐 탈영 자살 등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의 차출에 대해 국방연구원 김재두(金載斗) 연구위원은 “(미국의 입장에선) 아무리 셈을 해봐도 주한미군 외에는 교체 인력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이 이라크정책에 적극 동참할 의사가 없는 한국정부에 기댈 것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성균관대 사회과학부 김일영(金一榮) 교수는 “주한미군이 경량화 신속화 작업을 통해 3만7000명인 현재의 병력을 감축해야 하는데 이라크 상황이 다급해지자 차출 결정을 내린 것 같다”며 “이는 한국의 빠른 파병결정에 압박을 가하는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향후 파장=외교통상부는 17일 이번 결정이 이라크 파병문제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적극 설명했다. 재건중심의 평화유지군 3000명을 추가 파병한다는 원칙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의 파병 재검토 내지 철회 움직임은 거세질 개연성이 크다. “정당성 없는 전쟁에 왜 파병하느냐”는 목소리가 최근 미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사건을 계기로 힘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 주한미군의 일부 차출이 가시화되면 한반도 안보공백 및 안보불안을 우려하는 계층에서도 파병 반대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 보수층은 한미동맹 강화 차원에서 이라크 파병에 찬성하면서도,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에 따른 한반도의 안보공백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김재두 연구위원은 주한미군 차출 및 감축은 한미간 협의사항이 아니라 미국의 결정에 달렸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일부에선 ‘미국은 자기 필요대로 움직인다. 우리도 한국이익을 우선시하자’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일영 교수도 “미국의 결정은 추가파병지와 파병시점 결정 외에 파병규모 축소에 관한 논란에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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