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티시 암살 이후의 하마스

  • 입력 2004년 4월 19일 17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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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 저항단체 하마스의 최고 지도자 압델 아지즈 알 란티시가 17일 이스라엘군에 암살당한 직후 하마스는 강경파 지도자를 새로 지명했다. 하마스가 다른 이슬람 저항 세력과 손을 잡을 가능성도 점쳐지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미국을 향한 세계 여론의 비난이 이어졌다.

▽하마스 새 지도자는 '강경파' 자하르 = 하마스 지도부는 란티시 사망 직후 곧바로 새 지도자를 뽑았으나 신변의 안전을 우려해 신분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영국 일간 더 타임스와 이스라엘 군 라디오 등은 19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소식통을 인용해 "하마스의 새 지도자로 마무드 자하르(53)가 지명했다"고 보도했다.

자하르는 하마스 내에서도 강경파로 꼽히는 인물. 의사인 그는 지난달 암살당한 하마스 최고 지도자 아메드 야신의 주치의였으며 하마스의 대변인으로도 활동했다. 90년대부터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사이의 연락책을 맡아왔다. 지난해 9월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았으나 살아났다. 당시 자하르는 장남을 잃었다.

하마스가 한달 사이에 두 명의 지도자를 잃은 만큼 자하르는 당분간 '잠행'할 것으로 점쳐지지만 타임스는 "자하르가 이스라엘 첩보망의 감시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조직과 결탁 가능성도 = 란티시 암살로 하마스의 의사 결정 과정에 '해외파'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란티시는 가자 지구에서 활동하던 하마스 최고위급 지도자 중 마지막 인물"이라며 "하마스의 힘의 균형이 시리아에 본부를 둔 하마스 해외 지도부 쪽으로 쏠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시리아에서 활동 중인 하마스 정치국장 할레드 마샬이 이미 하마스의 실질적인 최고 지도자로 인정받고 있는 터여서 이 분석은 힘을 얻는다.

FT는 이에 따라 "하마스의 의사 결정 과정에 이란이나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개입될 가능성도 있다"며 "이전에 보여줬던 것과는 달리 전 세계의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와 손을 잡을 수도 있다"며 하마스의 '확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편, DPA 통신은 19일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하마스 지도자도 공격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지는 세계의 비난 = 가자 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서 시작된 이스라엘 규탄 시위는 카이로, 암만, 베이루트, 다마스쿠스, 쿠웨이트 시티 등으로 확대됐다. 아랍권과 유럽이 이스라엘과 미국을 비난한 데 이어 중국과 일본, 러시아도 이스라엘의 란티시 암살을 비난하고 나섰다. 중국 외교부 쿵취앤(孔泉) 대변인은 18일 "이스라엘의 란티시 암살을 강력히 비난한다"고 밝혔고, 가와구치 요리코 일본 외상도 "분별없고 정당하지 못한 행위"라며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야코벤코 외무부 대변인도 "이번 사건이 중동 긴장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디지털 뉴스팀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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