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보좌관 ‘9·11’공개증언 전격수용

  • 입력 2004년 3월 30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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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 보좌관
라이스 보좌관
리처드 클라크 전 백악관 테러담당관의 폭로로 시작된 9·11 책임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는 가운데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관련 의회 공개 증언을 전격 수용하고 나섬으로써 미 정치권의 공방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라이스 보좌관은 그동안 ‘국익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비공개 증언에만 응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번복, 공개 증언에 임할 것이라고 익명의 백악관 관리가 30일 밝혔다.

이로써 9·11테러 책임의 상당 부분이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있었다는 클라크 전 담당관의 ‘폭로’에 대해 라이스 보좌관이 청문회에서 어떤 발언을 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클라크 전 담당관은 최근 저서 ‘모든 적에 대항하여’와 청문회를 통해 9·11테러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집중 거론했다. 특히 “9·11테러 1주일 전 알 카에다에 대해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라이스 보좌관에게 메모를 보냈지만 무시당했다”고 주장, 이 문제가 미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논란의 요체는 9·11 직전에 비행기 납치범 중 2명의 미국 입국과 알 카에다의 위협이라는 첩보를 입수했음에도 적절한 대응이 없었다는 것. 그는 24일 CNN에 출연, “만약 빌 클린턴 행정부의 샌디 버거 안보보좌관이 99년 12월 알 카에다 테러첩보를 입수한 뒤 매일 고위급 대책회의를 가졌던 것처럼 라이스 보좌관이 대응했다면 비행기 납치범을 체포했을 것이고 테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미의 관심사 된 라이스 증언=라이스 보좌관의 의회 공개 증언은 클라크 전 담당관의 ‘폭로’로 인해 불거진 9·11 책임 공방론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특히 기존 입장을 번복하면서까지 라이스 보좌관이 공개 증언에 응하기로 한 것은 클라크 전 담당관의 ‘폭로’에 정면 대응해 정국 타개에 나서겠다는 백악관의 강한 의지로 읽힐 수 있어 주목된다.

그러나 민주당은 물론이고 일부 공화당 의원들조차 라이스 보좌관의 공개 증언을 요구하고 나선 여론의 압박도 이 같은 결정의 배경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

▽공개 증언의 적법성 논란=라이스 보좌관의 공개 증언 여부에 대한 적법성 논란은 당분간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메리칸대의 헌법학 교수 허먼 슈워츠는 “보좌관들의 조언은 기밀을 유지해야 하지만 라이스 보좌관은 이미 방송 등에 출연해 관련 내용을 만천하에 공개했다”며 공개 증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방송에서는 말하고 의회에서는 말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

게다가 과거에도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공개 증언한 전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보좌관은 1980년에, 샌디 버거 전 보좌관은 94년과 97년 각각 의회 청문회에서 공개 증언을 했다.

그러나 하버드대 찰스 프리드 교수는 “백악관 보좌관이 증언한 전례는 형사적 기소 등과 연관된 특별한 경우”라며 “부시 행정부가 공개 증언 압력에 굴복한다면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주장해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갈수록 증폭될 전망이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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