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 야쿠츠크 가스전은 한국의 미래에너지 寶庫”

  • 입력 2004년 3월 22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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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공화국 알렉산더 김 국회 부의장이 18일 고려대 국제대학원에서 열린 ‘동북아에너지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김 부의장은 “야쿠츠크 가스전 사업이 한국의 에너지난을 해결할 보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미옥기자
사하공화국 알렉산더 김 국회 부의장이 18일 고려대 국제대학원에서 열린 ‘동북아에너지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김 부의장은 “야쿠츠크 가스전 사업이 한국의 에너지난을 해결할 보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미옥기자
“한국보다 에너지 사정이 좋은 중국과 일본도 야쿠츠크 가스관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데 한국은 너무나 소극적입니다. 사하공화국은 한국이 잡아야 할 마지막 보고입니다.”

알렉산더 김 러시아연방 사하공화국 국회부의장(46)은 18일 저녁 본보 기자와 만나 “한국이 사하공화국의 야쿠츠크 가스전 개발사업을 놓쳐선 안 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17일 방한한 김 부의장은 고려대 국제대학원 주최로 열린 동북아 에너지 포럼에 연사로 참석하는 한편 한국 정부 및 한-러 우호협회 관계자 등을 만나 사하공화국과 한국의 에너지 교류에 관해 논의를 벌이고 있다. 출국 예정일은 24일.

시베리아 3대 가스관 사업지 중 하나인 야쿠츠크는 1992년 한-러 정부간 공동개발 논의가 시작되고 95년 2월 한국, 러시아, 사하공화국 3국 컨소시엄이 구성돼 예비 타당성 조사를 벌인 곳. 예비조사 결과 한국 정부는 경제적 타당성이 약하다며 조사를 중단했다.

그러나 김 부의장은 “92년 당시 한국의 노태우(盧泰愚) 대통령과 러시아의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야쿠츠크 가스 개발에 대한 의향서를 이미 교환했다”며 “한국이 주도적인 입장에서 좀 더 관심을 가져주면 사하공화국이 적극 협력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가격도 가스개발사업자들과의 협상을 통해 충분히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부의장과 그의 통역인 유진 카자흐스탄 고문변호사에 따르면 중국은 야쿠츠크 가스 개발 사업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97년 옐친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사하 가스개발에 대한 의향서를 양국간에 교환했다는 것.

두 사람은 “그러나 한국이 야쿠츠크 사업에 대해 이미 92년 의향서를 교환했으므로 선점권이 있다”며 “이 사업에서 당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대우그룹이 해체되고 정권이 바뀌면서 애써 추진한 사하개발계획이 서서히 잊혀졌다”고 안타까워했다.

현재 한국이 가스전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곳은 이르쿠츠크. 하지만 동북아 에너지 포럼에서 사회를 맡았던 김영호(金泳鎬) 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이르쿠츠크 가스전 개발 사업은 사실상 중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고 사할린도 일본이 이미 주도권을 갖고 있는 만큼 야쿠츠크의 채굴권을 되찾는 것만이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의장은 할아버지가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에 시베리아로 이민을 간 이민 3세대. 할머니와 어머니는 사하 현지인이어서 혼혈이지만 외모는 한국인과 거의 차이가 없다. 그는 “사하에서는 특이한 성인 김씨여서 어려서부터 놀림을 많이 받았다”며 “그러나 한국계로서의 자부심을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90년 사하공화국 국회의장 비서실장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어 사하공화국 대통령비서실장을 거쳐 95년 시의원, 97년 주의원, 2002년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96년 모스크바 과학 아카데미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러시아연방 변호사협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김 부의장은 2006년 사하공화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다. 그는 최근 재선에 성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같은 러시아 단합당 소속으로 충분히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시하공화국은 ▼

러시아 영토 20%차지… 고려인 4000여명 거주

사하공화국은 러시아연방을 구성하는 21개 공화국 중 하나로 전 러시아 영토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독자적인 헌법, 의회, 내각 및 자체 언어를 가지고 있으나 국방과 외교는 러시아연방정부에서 담당해 독립국가로서의 지위는 인정되지 않는다. ‘시베리아의 꽃’이라 불리는 사하는 수도의 이름과 같은 야쿠츠크로 불리기도 한다.

석유, 석탄 등 천연자원이 러시아에서 가장 풍부한 곳이며 전 세계 다이아몬드의 25%가 매장돼 있다. 면적은 310만3200km²로 남한 면적의 31배에 이르나 인구는 100만명에 불과하다. 사하 공화국의 고려인은 약 4000명.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한국 96년부터 시베리아 가스전 탐색… 작년 공동개발 합의▼

시베리아 가스전 개발사업은 에너지 확보라는 경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그만큼 남북한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주변 국가는 물론 다국적 석유회사까지 가세한 경쟁과 견제가 치열하다.

시베리아 가스전의 3대 개발지역은 이르쿠츠크, 야쿠츠크(사하 공화국), 사할린.

1996년부터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한 이르쿠츠크는 한국 정부가 가장 공을 들여온 곳이다. 한국 중국 러시아 3국은 지난해 이르쿠츠크 코빅타 가스전 개발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이르쿠츠크∼중국 하얼빈(哈爾濱), 다롄(大連)∼서해∼경기 평택으로 연결되는 가스관 노선도 잡혔고 2008년부터 이를 통한 가스 공급이 이뤄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를 방문하고 돌아온 한국가스공사 오강현 사장은 “2008년부터 시베리아에서 가스를 도입하려는 계획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가스개발을 둘러싸고 러시아 내 국영회사와 민간 가스개발사업자 사이에 이권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

한편 사할린 가스전 사업은 일본이 적극적이다.

일본은 1965년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사할린 대륙붕 유전탐사를 시작한 후 사할린석유개발협력기구(SODECO)를 설립해 오랜 투자의 결실을 보고 있다. ‘사할린I’ 프로젝트의 원유수출이 2005년 말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2007년부터는 ‘사할린II’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도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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