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5년 뒤 中에 기술추월당한다”

  • 입력 2004년 3월 22일 15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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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은 탄핵 정국에 힘을 쏟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이슈는 중국이다."

미국 경제주간 비즈니스위크 최신호(29일자)가 한국 경제에 대해 '쓴 소리'를 내뱉었다. 한국이 중국에 서둘러 대비하지 않으면 예전 한국의 왕이 즉위하기 전에 중국 황제들의 재가를 받았던 것처럼 곤경에 빠질 수 있다는 것.

비즈니스위크는 "97년 말 한국이 맞이했던 외환위기조차 향후 중국의 위협에 비하면 더 작은 사건일 수 있다"며 중국 위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한국수출입은행 김주영 부소장의 발언을 인용해 "불확실성만 더하는 한국 정치인들이 한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파트너 관계=지난해 한국 기업이 중국에 투자한 액수는 44억 달러(약 5조1400억원)로 미국 기업의 대중(對中) 투자액(약 4조9100억원)보다 더 많다. 올해 한국의 대중 수출은 475억 달러(약 55조5700억원)로 지난해보다 35% 늘어날 전망.

LG는 이미 중국에서 3만1500명을 현지 고용한 상태. 지난해 중국시장에서 올린 매출액(8조1900억원)은 총 매출액의 약 40%를 차지한다. 올해 삼성의 대중 판매액은 지난해보다 19% 증가한 9조36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올해 23만대, 2008년에 90만대를 중국에서 판매한다는 목표다.

상하이(上海) 푸단대학의 퍄오 창겅 한국연구센터 교수는 "한국이 초창기에는 노동 집약적인 산업만 중국에 투자했으나 요즘은 기술 집약적 산업을 중국으로 옮기고 있다"며 "이는 중국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분석했다.

▽5년 후는 중국이 한수 위=한국 국가과학기술회의는 지난해 말 한국이 기술정밀도에서 중국에 불과 1년7개월 앞서 있으며 이 격차도 5년 내에 사라질 수 있다고 발표했다. 휴대전화의 기술과 제품 디자인에 있어서는 한국이 2년 정도 앞서있지만 2007년 경 중국이 따라잡을 전망.

한국무역협회는 "현재 130억 달러인 대중 무역흑자가 2011년에는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며 한국의 경쟁력 제고를 촉구했다.

일자리가 중국에 흘러들어가는 것도 심각한 문제. 1992년 이후 77만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한국에서 사라졌고, 같은 기간 한국 기업은 100만개 이상 일자리를 중국에서 새로 만들었다. 섬유, 신발 등 노동집약적 제조업체들이 생산시설을 대부분 중국으로 옮겼고, 석유화학 철강 조선업 백색가전 등도 향후 5년 내 중국으로 이전될 전망이다.

▽정치 혼란 극복이 급선무=시사주간지 타임도 최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지금의 난국은 노 대통령 뿐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에 수치"라며 "1980년대 후반 독재정권을 붕괴시킨 '아시아 호랑이'가 이제는 정부 기능장애 국가로 전락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울에 위치한 경영 컨설팅업체 '인사이트 커뮤니케이션스 컨설턴트'의 마이클 브린 이사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매우 중요한 이슈가 산적해 있지만 한국의 정치인들은 여기에 에너지를 투입하지 않고 있다"며 "한국은 '동양의 이탈리아'라는 오명을 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우천식(禹天植) 지식경제팀 연구위원은 "중국이 향후 위협적인 국가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며 "정치 혼란을 극복하고 정밀화학, 기계공업 등 기술집약적 산업과 외국계 기업을 적극 육성해 중국과 기술 격차를 더 벌려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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