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전세계 확산 우려…아시아 이어 미국서도 발생

  • 입력 2004년 2월 8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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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발생하던 조류(鳥類)독감이 수천km 떨어진 미국에서도 발생한 것으로 확인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류독감 발생 국가들과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있는 미국에서 조류독감이 보고된 만큼 유럽이나 아프리카 등 다른 대륙으로 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특히 베트남이나 태국 등지에서 이미 조류독감 사망자가 나왔기 때문에 유전자 재조합을 통한 변종 바이러스가 1918년 전 세계적으로 퍼져 2500만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의 ‘재판(再版)’이 될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 조류독감이 아시아에서 발생한 것과는 다르지만…=이번에 미국 델라웨어주에서 발생한 조류독감은 바이러스 유형이 H7형. 최근 아시아권에서 유행하는 H5N1형과는 다르다. 그러나 치사율이 높은 조류독감 바이러스 유형 중 하나이기 때문에 조류나 사람에게 해를 끼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해 2∼5월 네덜란드 독일 벨기에에서 발생해 수의사 1명을 숨지게 한 조류독감도 바이러스 유형이 H7형이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김재홍(金載弘) 조류질병과장은 “정밀 검사를 벌여 치사율이 낮은 약병원성으로 결론이 나면 큰 문제가 없지만 고병원성이면 닭이나 오리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특히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변종 바이러스로 바뀌면 인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류독감 자체보다는 변형 바이러스 확산이 문제=미국에서 확인된 조류독감은 아시아권에서 유행 중인 것과는 바이러스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아시아권에서 전염됐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문제는 아시아와 미국에서 각각 발생한 바이러스가 돼지나 사람 몸에서 유전자 재조합을 일으켜 사람 사이에 전파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조류독감 사망자가 나오지 않은 한국이나 조류독감이 아예 발생하지 않은 나라들까지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닭이나 오리에 비해 접촉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사람이 감염원이 되기 때문.

‘스페인 독감’으로 불렸던 H1N1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서 2500만명이 넘는 사망자를 낳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당국 방역 대책은=질병관리본부는 외국에서 사람 사이에 조류독감이 유행한다면 국내 유입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사람에게 전파되는 독감은 전염력이 강해 공항이나 항만 검역으로 막을 수 있는 질병이 아니기 때문.

이에 따라 내년까지 단계적으로 100만명분의 항바이러스제제를 확보하는 한편 국내에서 백신 생산기반을 구축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또 감염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 대한 추적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하고 해외 여행객에 대한 위생 관련 홍보도 확대하기로 했다. 농림부도 국내에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변형되지 않도록 발생 지역에 대한 소독이나 이동 통제 등 방역 작업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김창섭(金昌燮) 농림부 가축방역과장은 “조류독감 발생 지역에 있는 일부 농가에서 소독 등 방역 조치를 소홀히 하는 사례가 많다”며 “앞으로 방역조치를 소홀히 한 농가는 보상금 지급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등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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