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中 윈윈전략 확산…日서 설계-中서 제작

  • 입력 2003년 11월 26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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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일본법인 박병윤 차장은 10월 도쿄 모터쇼에서 섬뜩한 경험을 했다.

도요타자동차와 현대차가 같은 시간 설명회를 하고 있는데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도요타 회장이 자사 부스로 가지 않고 현대차 부스로 온 것. 오쿠다 회장은 설명회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현대차를 경쟁자로 인정한다는 해석도 가능하지요. 하지만 최근 도요타가 중국과 합작 자동차 공장을 세운 사실에 생각이 미치자 등에서 식은땀이 나더군요. 중국산 도요타 승용차가 베이징에서 생산된 쏘나타와 경쟁이 가능할지 가늠해보려 하지 않았겠습니까.”


도요타뿐만이 아니라 2001년부터 일본에는 다시 중국 투자 열기가 일고 있다. 2001년 일본의 대중(對中)투자는 45억8000만달러로 2000년(29억1000만달러)보다 크게 늘었다.

최근의 투자 열기는 중국시장을 직접 겨냥한 것이 특징. 중국의 고도성장으로 이제 일본제품을 선호할 소비자 집단이 형성됐다고 본 것이다.

산요는 금년에 중국의 가전업체인 하이얼과 전략적인 제휴를 했다. 산요의 기술력과 하이얼의 중국 내 유통망을 이용, 중국의 가전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전략. 마쓰시타전기 역시 중국의 가전업체인 TCL과 합작, 6만원 대의 전자레인지를 생산하고 있다. 일본의 이런 전략은 한국의 가전업체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내수시장에서 중국산 저가 시계에 시달리던 세이코워치도 현재 150개인 중국내 매장수를 2년 내에 2배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세이코워치의 마스카와 마사히코(升川正彦) 광고선전 부장은 “세이코의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 중국의 낮은 인건비를 결합해 세계 최대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시장을 역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흐름은 중소기업도 마찬가지.

취재팀이 오사카에서 만난 후쿠나가 엔지니어링의 후쿠나가 마사히로(福永政弘) 사장은 “최근 합작공장을 중국과 한국 중 어디에 세워야 하나 고민을 하다 결국 중국으로 결정했다”며 “한국의 기술력이 조금 낫지만 힘들더라도 13억명의 중국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판단이 섰다”고 말했다. 10년 이내 본사를 아예 중국으로 옮길 계획도 세웠다.

최근 일본의 경영학자들은 정보기술(IT)을 이용, 일본 동남아 중국을 잇는 긴밀한 생산네트워크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본사에서 제품설계 및 핵심 부품 생산을 담당하고 동남아 중국에서 재빨리 타깃시장에 맞게 생산을 하면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

요즘 일본에서 한국을 생산기지로 활용하겠다는 업체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일본과 중국이 윈-윈(Win-Win)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설 땅이 좁아들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든 취재팀만의 기우일까.

도쿄·오사카=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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