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저팬!” 일본이 부활한다…성장률 7분기 연속 플러스

  • 입력 2003년 11월 24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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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의 불황 터널에서 허덕이던 일본 경제가 자신감을 되찾고 있다. ‘디지털 패권이 미국에서 일본으로 넘어오면 1980년대의 번영을 재현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일본 경제의 부활은 우리에게 기회인 동시에 위협이며 또한 교훈이 되는 복잡한 양상을 띤다.

일본 경제의 변화는 우선 각종 지표에서 확실히 나타나고 있다.

7분기 연속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고 설비투자도 5분기 연속 상승세다. 다이와리서치는 올해 일본의 경제성장률을 2.7%, 내년은 2.8%로 전망했다.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던 12개 대형은행의 부실채권도 어느 정도 처리가 돼 대형 금융기관들이 이제 웬만한 충격에도 버틸 수 있는 상태가 됐다.

히토쓰바시대의 이타미 히로유키(伊丹敬之·경영학) 교수는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일본 경영자들이 자신감을 되찾았다는 것”이라며 “올해 들어 대부분의 최고경영자들이 ‘일본의 핵심역량이 살아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일본 내각부의 올해 3·4분기(7∼9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2·4분기 ―21에서 7로 조사됐다. 87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이는 기업이 미래를 그만큼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경제연구소 구본관(具本寬) 해외경제연구실 수석연구원은 “91년 거품붕괴 후 일본이 성장세를 보인 것은 이번이 3번째”라고 말했다. 95년의 성장은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려 주도한 것이고 2000년의 성장은 정보기술(IT) 거품 때문이었으나 작년 말부터 나타난 성장은 외부변화 없이 구조조정의 성과가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남다르다는 것.

운(運)도 따라준다. 카메라폰과 디지털 카메라를 일본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상품화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디지털 시대의 중심이 컴퓨터에서 AV기기로 넘어오면서 이쪽에 경쟁력이 있는 일본 기업이 유리해지고 있다는 것.

일본의 전자업체들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의 아성을 곧 무너뜨릴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일본이 개발한 다용도 운영체제인 트론은 이미 휴대전화 자동차 정보가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MS는 9월 자존심을 꺾고 트론개발 모임에 합류했다.

노무라종합연구소 미타라이 히사미(御手洗久巳) 수석컨설턴트는 “디지털시대 초기에 일본 기업은 미국에 참패했지만 포스트 PC시대에는 일본 기업이 패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자신했다.

올해도 대중(對中)수출 증가율이 19%를 넘어서면서 10여년간 일본에서 유행하던 ‘중국 위협론’도 잦아들고 있다. 양국의 기술격차가 워낙 커 서로 이득을 볼 수 있는 분업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확신이 선 것.

도카이대 가라쓰 하지메(唐津一) 교수는 “고령화, 정치시스템의 후진성, 이에 따른 내수산업의 비효율 등이 발목을 잡고 있지만 제조업의 부흥과 이에 따른 경제회복 추세는 뚜렷하며 확고하다”고 말했다.

도쿄·오사카·나고야·고베·후쿠오카=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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