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잔치로 호황” 각국 골머리…저금리에 가계대출 급증

  • 입력 2003년 11월 17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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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가 한국뿐 아니라 각국 경제의 골칫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경기회복을 위해 저금리 정책을 고수한 데 따른 부작용이다.

한국처럼 개인파산이 급증하면서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미국 영국 및 일본=최근 몇 년간 저금리에 따른 주택구입 붐이 경기를 지탱해 온 미국과 영국에서는 가계의 빚 부담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따르면 올 7월 말 현재 미국의 가계자산은 50조5300억달러로 정보기술(IT) 산업 호황으로 주가가 절정에 달했던 1999년 말보다 1조4000억달러 증가했다. 주가 하락으로 금융자산 비중이 줄었는데도 전체 자산이 늘어난 것은 부동산 투자가 활기를 띠면서 주택자산이 3조6000억달러 이상 증가했기 때문. 각 가정이 낮은 금리에 솔깃해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으로 주택을 사는 바람에 이 기간 가계부채는 30% 이상 늘었다.

영국 중앙은행은 50년 만의 저금리로 가계대출이 급증해 개인파산으로 이어질 조짐이 보이자 이달 초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90년대 초 부동산 거품 붕괴를 경험했던 일본에서도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 ‘제로금리’ 정책을 고수하자 대도시 봉급생활자들이 빚을 내 고급아파트를 사들이는 현상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동남아시아=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은 중앙은행의 금리인하에 힘입어 경기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거품 붕괴’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태국의 경우 탁신 시나왓 정권이 내년 총선거를 앞두고 금리인하 정책을 펴면서 지난해 연 2%대였던 금리는 연 1.3%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오토바이 판매가 7년 만에 최고치로 늘고 신용카드 대출액이 사상최대로 늘었다.

태국 정부는 부동산가격 급등이 97년 경제위기 때의 양상을 보이려 하자 은행대출 제한, 주택융자비율 축소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세계 경기가 회복돼 금리가 오르면 능력 이상으로 빚을 진 가계들이 연쇄 파산해 경기를 다시 위축시키는 악순환이 생겨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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