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후세인 잡아야 미군철수”

  • 입력 2003년 11월 14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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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재선 도박인가, 명예롭게 발을 빼기 위해서인가.’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에 주권을 조기 이양키로 한 것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그러나 미국의 정치적, 경제적 이해가 걸려 있는 만큼 이라크 주둔 미군의 조기 철수 가능성은 낮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백악관의 주권 조기 이양 약속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미래는 여전히 예측하기 어렵다.

▽주권이양은 어떻게=미국은 ‘헌법제정→선거→민주정부 수립→국제승인’이라는 기존 전략을 수정하고 가장 먼저 상당한 자치권을 가진 정부(지도자)를 세우는 쪽으로 돌아섰다.

전략 수정은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세 강화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의 능력 부족 △12월 15일로 다가온 이라크 민주화 일정 제시 시한 등에 따른 것이지만 미 언론들은 갑작스러운 전략 변경을 내년 대선 캠페인과 연결시키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복안=내년 대선은 11월 2일. 대선전의 서막을 알리는 아이오와주 코커스와 뉴햄프셔주 예비선거는 앞으로 2개월여 뒤에 있다. 안보대통령으로 확실한 재선기반을 다진 듯했던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주둔 미군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인기가 추락하고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13일 전용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존 전략을 고집하면 민주정부 수립에까지 2년이 걸린다”고 털어놓았다. 이라크를 현 상태로 둔 채 대선을 치르기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다는 우회적 표현이다.

민주당은 전후 복구예산 870억달러가 의회를 통과하는 동안 이라크 전쟁의 부정적 이미지를 유권자에게 심는 대선 전략을 구사했다. 반면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에 대한 언급을 줄이는 대신 최근 경기회복세를 감안해 감세정책의 효과를 홍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미국의 정치목표 흔들린다=부시 대통령의 ‘새 전략’은 주권을 조속히 넘김으로써 대미(對美) 적대감을 약화시켜 미군 인명피해도 줄이면서 민영화 등 경제복구 작업에 힘을 실어주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새 전략은 이라크에 민주정부를 세워 중동 민주화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부시 행정부의 외교 목표에 차질이 생겼음을 뜻한다. 워싱턴 포스트는 척 헤이글 상원의원(공화) 등의 분석을 인용해 “선거 결과에 따라선 미국이 바라지 않는 독재자가 선출되거나 시아파 지도자가 득세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를 의식해 내년 상반기에 세울 이라크 임시정부에 주권이양 조건으로 △자유 △법치 △여권(女權) 등의 민주적 가치와 석유사업권 등 경제이권 등을 요구할 것이라고 월 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미군 철수는 시기상조=이라크에서 임시정부가 수립되면 미국의 영향력은 줄겠지만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 미 주둔군, 경제원조 3가지로 공백을 메울 것이라고 미 언론은 내다보고 있다. 특히 미군은 친미정권 수립과 이라크 내 종파·종족 갈등 억제, 사담 후세인 잔당 소탕에 절대적인 존재다. 조지프 바이든 상원의원은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치안을 이라크군에 넘겨주는 것은 재앙”이라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과 9·11 테러의 배후로 알려진 오사마 빈 라덴을 체포하기 전에는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병력을 철수하지 않겠다”고 13일 말해 당분간 철군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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