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와세다大 구조조정 이끈 오쿠시마 前총장 방한

  • 입력 2003년 11월 7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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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한기자
전영한기자
“연구 열기로 가득 찬 대학만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교수들은 ‘뜨거운 양철 지붕’ 위에 올라선 심정으로 끊임없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한일 밀레니엄포럼 참석을 위해 방한한 오쿠시마 다카야스(奧島孝康·64·사진) 일본 와세다대 전 총장은 7일 학문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와세다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오쿠시마 전 총장은 1976년 모교에 교수로 부임해 1994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와세다대 총장으로 지내며 대학 개혁에 박차를 가한 인물.

그는 분산된 와세다대 연구소를 분야별로 묶어 연구 효율성을 높이고 관련 학과를 통폐합하는 등 여러 가지 개혁조치를 취했다.

“총장으로 취임할 당시 교수들의 70% 정도가 공부를 안 한다고 여겨질 정도로 대학이 정체돼 있었습니다. 이들을 독려하고 자극해 연구 중심 대학을 만드는 것이 주요 과제였습니다.”

불필요한 부분을 줄이고 학과를 통폐합하는 등 구조조정이 시작되자 동문들과 교수들의 비판이 거셌다. 일부 동문들은 그에게 “와세다대를 도쿄대에 매각하려는 것이 아니냐”고 항의할 정도였다.

그는 “와세다대 설립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호소하는 한편 대학 개혁으로 인해 향상된 연구 성과를 제시하며 반대 세력을 설득했다.

일본은 국립대 법인화, 대학 통폐합 등 대학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먼저 구조조정에 착수한 사립대들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더 분주하게 뛰고 있다. 경제의 거품이 걷히고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인재 육성만이 국가 발전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는 의식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오쿠시마 전 총장은 일본 국립대의 구조조정에 대해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라며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수준을 넘어 대학 스스로 변화를 위해 적극 나설 때 진정한 발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사립대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규제가 대학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한국 대학이 ‘순혈(純血)주의’ 전통이 강해 모교 출신자들을 교수로 채용하기 때문에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다른 대학 출신 교수를 영입해 연구진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쿠시마 전 총장은 “한국과 일본은 낮은 출산율로 인해 대학 신입생이 줄어드는 등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양국이 대학 발전을 위한 여러 방안과 정보를 교류하는 등 상호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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