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둥성 사스 신규감염자 발생-베이징선 환자 1명 사망

  • 입력 2003년 6월 25일 1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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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겼다(我們영了)!’ ‘베이징이 자랑스럽다(北京眞牛)!’

24일 중국 베이징의 최대 번화가인 왕푸징(王府井). 세계보건기구(WHO)가 두 달 만에 베이징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감염지역에서 해제한다는 발표에 상인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거리로 나와 시민들과 기쁨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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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밤 외국 대사관들이 밀집한 차오양(朝陽)구 싼리툰(三里屯)의 고급 레스토랑에는 젊은이들이 맥주잔을 부딪치며 그동안 밀린 얘기를 나눴고 음식점들은 새벽까지 영업을 계속했다.

국가 신뢰도가 추락했고 경제적 피해도 엄청났지만 이번 재앙이 2008년 올림픽을 앞두고 행정의 투명성 제고, 위생 습관의 개선 등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사스 퇴치 선언 하루 만인 25일 사스의 진원지였던 광둥(廣東)성에서 의심환자로 분류돼 입원치료를 받아왔던 1명이 새로운 감염자로 보고됐으며 베이징에서는 1명의 환자가 숨지는 등 후유증이 계속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입원환자는 44명으로 줄었다.

▽달라진 풍속=인터넷 통신회사인 중궈왕퉁(中國網通)은 지난주 직원 연수를 계획하면서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과거처럼 목표 달성이 아니라 단결과 자신감 회복을 위한 줄다리기, 단체구기, 상하 직원간의 자유토론 등으로 짰다.

사스 이후 중국인의 입맛도 바뀌었다. 광둥지방 등지에서는 별미로 치던 야생 조류나 동물 요리를 찾는 이들도 크게 줄었다.

또 3000여년간 계속되어온 중국인의 식생활에도 변화를 몰고 왔다. 요리 하나를 두고 각자의 수저로 떠먹던 전통적 합찬제(合餐制)가 공용 수저 또는 개인 접시에 음식을 따로 담아주는 분찬제(分餐制)로 바뀌었다.

위생 관념과 보건 의식이 높아진 것은 큰 소득. 아무 곳에나 침을 뱉거나 쓰레기를 버리고 배설을 하던 악습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한국인이 단 한 명도 사스에 감염되지 않은 것이 김치 때문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김치 소비가 크게 늘어났다. 정운용(鄭雲溶) 농수산물유통공사 베이징관장은 “베이징 내 유통매장인 까르푸에서 하루 10봉지 정도 나가던 김치가 지금은 150봉지 정도 나가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 경제적 영향=마오쩌둥(毛澤東) 이후 중국 지도부가 매년 여름 휴양지인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개최해온 중앙공작회의가 올해는 베이징에서 열린다. 사스로 고통받아온 인민들을 고려한 조치라는 게 홍콩경제일보의 분석이다.

사스는 당초 약체로 여겨졌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 제4세대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됐다. 사스 은폐, 축소를 과감히 시인하고 현장 시찰 등으로 인민과 함께 한다는 이미지를 심었다.

하지만 당초 8%대를 목표로 했던 경제성장률은 7%대로 하향 수정됐다. 또 다른 문제는 사스로 관광 호텔 음식점 건설업 분야의 종사자 5000만명 가운데 5∼10%가 일자리를 잃었다는 점이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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