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바그다드]"후세인서 해방" 다시 聖地 찾는다

  • 입력 2003년 4월 16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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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는 아직도 포성이 멎지 않은 전후 이라크의 실상을 심층 취재하기 위해 15일 특별 취재팀을 구성해 바그다드로 급파했다. 온전한 평화까지는 아직 먼 길이 남아 있는 이라크에는 격전 당시보다 더 큰 혼란과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취재팀은 권력의 향배와 자원 문제, 문명과 혼돈, 종교와 사회적 갈등 등 이라크가 새로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을 심도 있게 조명해 보여줄 것이다.》

시체…그리고 또 시체.

15일 바그다드로 가는 길은 죽은 자들의 행렬이었다.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 인근에서 수십만명의 성지 순례자들이 이슬람 시아파 성지인 카르발라로 향하고 있다. -나시리야=박영대기자

이것이 전쟁이다. 인간의 존엄성이, 인간은 존엄하다는 개념 자체가 땅에 떨어져 들개에 물어뜯기는 것이다. 변변한 군복조차 걸치지 못한 채 나뒹굴고 있는 이름모를 이라크 병사들. 눈을 감았거나 혹은 마치 구원을 기다리듯 눈을 뜬 채 숨진 병사도 있다. 무엇을 위해 목숨을 바쳤는지 저들은 알까. 누가 그들에게 무명용사의 무덤이라도 세워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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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과 폭탄을 맞아 찌그러진 전차와 트럭의 잔해 속에 들개들이 분주하다. 놀던 아이들도 시체를 보고 무표정한 얼굴들이다. 전장의 아이들의 얼굴에서는 나이를 읽을 수가 없다.

취재진은 이날 새벽 쿠웨이트 국경을 통해 이라크 남부를 거쳐 북상했다. 쿠웨이트를 오전 4시반에 출발해 밤 9시 바그다드 중심을 흐르는 티그리스강 동안(東岸) 셰러턴호텔에 도달했다. 600㎞를 주파하는 데 16시간반이 걸렸다.

이라크 국경도시 사프완에서 바그다드에 이르는 이 북상로는 이라크 정규군 및 최정예 공화국수비대가 미군과 맞닥뜨렸던 전선(戰線)이다. 전투는 끝났지만 전쟁의 참화는 그대로 남아 있는 이 길을 따라 벌써부터 성지 순례가 시작됐다.

이라크 남부 알 사마와가 고향인 우삼 자와트(26). 북쪽 바그다드로 끝없이 이어진 편도 2차로의 먼지 낀 고속도로를 터벅터벅 걷는다. 집을 나선 지 이틀째. 시아파 이슬람교도의 성지인 카르발라가 그의 행선지다. 앞으로도 이레를 더 가야 한다.

태어나기도 전에 집권한 수니파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시아파 탄압으로 자와트씨는 한번도 시아파 최고의 성인인 알 후세인의 묘소를 찾지 못했다. 미군 진주로 이라크 남부가 후세인 정권의 통제에서 완전히 풀려난 이후 처음으로 맞은 성인의 생일. 자와트는 300㎞가 넘는 고행길을 선선히 나섰다.

알 사마와에서 바그다드까지 이어진 긴 고속도로엔 자와트씨처럼 카르발라 순례에 나선 시아파 무슬림들의 행렬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마치 이승과 저승 사이를 가로지르는 ‘제3의 길’과도 같은 환각이 몰려왔다.

▼특별취재팀▼

박래정특파원(팀장·국제부)

김성규특파원(사회부)

이훈구특파원(사진부)

박영대특파원(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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