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獨 '명분 접고 實利 챙기기'

  • 입력 2003년 4월 3일 19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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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전(反戰) 무드를 주도해온 프랑스와 독일이 잇달아 미국에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프랑스의 움직임이 적극적이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2일 여당인 국민운동연합(UMP)의 상원 지도자들과 가진 오찬에서 “미국이 프랑스의 우방이고 친구라는 사실엔 어떠한 의심도 없다”며 “프랑스인과 미국인은 같은 배에 타고 있다. 배는 요동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중심에 타격을 주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 뒤 미국의 승리에 확신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프랑수아 코페 정부대변인은 “당연히 우리는 사담 후세인 체제가 끝나기를 바란다. 프랑스가 이라크전쟁에 반대했던 것은 결코 반미주의 때문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3일 프랑스가 악화된 대미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국간 외교적 이견이 감정싸움으로 번져 골이 깊어진 데다 프랑스 내 반미 시위가 격화돼 사회 불안을 부추기고 있고 전후 이라크 재건사업에서 완전 배제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라크 국기와 후세인 대통령의 포스터가 반미 시위에 등장해 반전운동이 친이라크 성향으로 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가 하면 지난달 31일 르몽드지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3%가 연합군의 승리를 바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프랑스 북부 에타플 소재 영국군 참전 기념탑에는 ‘사담이 승리할 것이며 그가 당신들을 피 흘리게 할 것’이라는 낙서가 등장해 당국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 반전시위단체연합은 1일 회의를 갖고 극단주의자들의 일탈 행동을 피하기 위해 공권력의 감독 강화를 요청하기로 했다.

프랑스와 행보를 같이 해온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도 3일 의회연설에서 “이라크 독재정권이 몰락해 이라크 국민이 평화롭고 자유롭게 삶을 영위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더 이상의 희생자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전쟁이 가능한 한 빨리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요슈카 피셔 외무장관도 전날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독일 프랑스 양국의 입장 변화는 3일 벨기에에서 시작된 이라크 재건 문제에 관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외무장관회담과 관련이 깊다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이라크전쟁을 둘러싼 EU 내 불협화음을 수습하고 이라크 재건 과정에서 두 나라의 발언권을 높이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얘기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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