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효과…美경제 전황보다 나빠"

  • 입력 2003년 3월 28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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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효과’가 미국 경제를 약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CNN 효과란 전쟁 때 소비자들이 CNN 방송을 통해 전황을 지켜보느라 쇼핑을 하지 못하게 되고 이 때문에 소비가 위축되는 현상으로, 1991년 걸프전 때와 2001년 9·11테러 때 이런 양상이 빚어졌다.

이라크전쟁은 약한 회복기의 미국 경제를 되살려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았지만 전쟁이 시작되고 첫 4일 동안 미국 내 소매업체의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9.9%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최대의 할인소매점 월마트는 3월 중 매출이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약한 CNN 효과’ 때문에 오히려 감소했다고 밝혔다.

CNN 효과는 외식이나 영화 등 서비스 지출에 큰 영향을 주는 반면 내구소비재에 대한 지출에는 영향이 작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국 내 3200개 딜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전쟁 후 지금까지 자동차 판매량이 8% 줄었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27일 보도했다. 이는 9·11테러 직후의 30% 감소보다는 적은 것이지만 미국경제에 대한 충격은 클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라크 전황이 미국 정부의 예상과 다르게 진행되자 USA 투데이는 “미국 경제를 해방시키려던 보병 제3사단을 믿지 말라”는 표현을 써가며 “미국경제는 전황보다 더 나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최상의 시나리오를 보더라도 미국경제가 고속성장하는 일은 일어날 수 없으며 최악의 경우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것.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에서 연구소를 운영하는 도널드 스트라스자임은 “세계경제가 올해 상반기 1%(연율기준), 하반기 2%의 성장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인플레를 유발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3∼4%의 성장에 크게 모자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미국 기업들은 회계부정 스캔들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정부는 4000억달러 이상의 연방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USA 투데이는 “현재의 느린 경제가 이라크를 둘러싼 불확실성의 결과인지, 침체로 가는 더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몇 주 안에 확인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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