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紙 "美 反戰탄압은 新매카시즘"

  • 입력 2003년 3월 28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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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반전(反戰) 움직임에 대한 무분별한 탄압이 거세지면서 1950년대 매카시즘 망령이 부활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7일 보도했다.

신문은 반전 시위대에 대한 체포와 구금, 괴롭힘이 일상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의 민주주의가 전쟁의 또 다른 희생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전 시위대 탄압 빈발=지난달 미 뉴욕주 올버니의 한 쇼핑몰에서는 ‘평화에 기회를 주자’고 적힌 셔츠를 벗는 것을 거부한 시민이 경찰에 체포됐다. 죄목은 쇼핑몰에 나쁜 이미지를 심었다는 ‘무단 침입죄’. 최근 WABC 방송의 우파 성향 토크쇼에서는 펜실베이니아주 포코노스에서 ‘석유를 위한 전쟁 반대’ 플래카드를 들고 있던 한 노파가 ‘허가받지 않았다’며 연행된 과정이 조롱거리로 소개됐다.

미 여성그룹 딕시 칙스의 최신 음반은 한 멤버가 반전 의사를 밝힌 직후 음반 순위가 급락했다. 텍사스 클리어 채널 커뮤니케이션 소속 라디오 방송은 이들의 음반 불매 운동을 선동했으며 전쟁 찬성 집회도 촉구했다. 이 방송사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일가와 친밀하다.

신문은 9·11테러 이후 미 정부가 테러 방지 명분으로 도입한 애국법, 자유방패작전 등은 이 같은 분위기가 자라날 토양을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스파이를 막기 위해 도입한 ‘외국 정보 감시법’에 따른 감시 청구 횟수가 지난해 미 건국 이후 총누적 횟수를 넘어섰다.

▽전쟁 지지 여론도 주춤=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전쟁 지지 여론도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27일 전쟁이 예상보다 어렵게 흘러가면서 부시 행정부가 여론 악화라는 정치적 도전을 받을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0%가 전쟁 사상자를 100명 이하까지만 감내할 수 있다고 답했다. 지금까지 전사자는 24명.

아메리칸대학 역사학자 앨런 리트먼은 “전쟁이 미군 피해가 컸던 소말리아전쟁과 비슷해져 가면서 전쟁 지지층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매카시즘이란▼

1950년대 초 미국 정부에서 일어났던 대대적인 공산주의자 색출 및 추방 열풍. 미 위스콘신주 출신 공화당 상원의원 J R 매카시가 1950년 2월 “국무부 안에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다”고 주장한 데서 비롯됐으나 근거 없는 선동 정치로 드러났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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