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니케이주가 20년만에 8000엔 붕괴…이번엔 '3월 위기설'

  • 입력 2003년 3월 11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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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닛케이 평균주가가 연일 급락, 2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금융기관과 기업 활동이 마비돼 일본 경제 전체가 공황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3월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위기론은 2, 3년 전부터 끊임없이 나돌아 한때 경계심이 느슨해지기도 했지만 주가폭락이 정도를 넘자 일본 정부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닛케이 주가는 11일에도 이라크 사태 등의 영향으로 엿새째(영업일 기준) 내림세를 이어가 전날보다 179.83엔(2.24%) 떨어진 7,862.43엔에 마감됐다. 종가 기준으로 8,000엔 선이 무너진 것은 83년 3월 이후 20년 만의 일.


▽‘3월 위기설’의 실체=대부분의 일본 금융기관과 상장기업은 3월 말까지 실적을 기준으로 한 해 경영을 결산한다. 주가가 요즘처럼 계속 떨어지면 주식을 보유한 은행과 기업은 손실규모가 불어나고 신용도가 떨어져 자금거래나 생산, 투자활동에 큰 타격을 입는다.

주가가 1,000엔 떨어지면 은행 건전성을 나타내는 자기자본비율은 1% 하락한다. 전문가들은 ‘주가하락→은행, 기업의 손실 확대→재무구조 악화→신용 추락→주가 하락’의 악순환을 걱정한다. 주가가 1,000엔 떨어질 때마다 GDP가 0.1%포인트씩 하락한다는 추산도 있다.

다이와(大和)총연구소 추계에 따르면 주가 하락에 따른 은행권 보유자산 손실은 작년 9월의 2조8600억엔에서 불과 반년 만에 두 배가 넘는 6조엔으로 늘어났다. 수출 호조에 힘입어 평균 71%의 수익증가를 예상하는 상장기업들도 주식투자 손실이 3조5000억엔에 이르는 바람에 이익의 대부분을 까먹게 됐다고 울상이다.

전문가들은 “주가 하락은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실물경제를 얼어붙게 하는 ‘연쇄 마이너스 효과’를 낼 것”이라며 올 하반기 주가가 7,000엔 선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뾰족한 처방 없어 막막=일본은행은 통화 공급을 늘리고 엔고 현상을 막기 위해 하루에 1조엔 규모의 긴급자금을 금융시장에 투입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도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은행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계획을 5월 안에 마무리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민당 내에서도 보유주식 시가회계를 동결하는 방안을 요구하기로 하는 등 주가 추가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런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일본 경단련(經團連) 회장은 “일본 경제시스템의 위기 상황”이라며 “더 이상의 주가 하락을 막으려면 일본은행이 기업의 주식과 토지를 사주는 등 특단의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경제를 지탱해온 유일한 대책이었던 엔저(低)정책이 먹히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수출 증대를 위해 엔저를 유도해 왔으나 최근 이라크 사태 등 국제정세로 달러가치가 하락하면서 반사적으로 엔화가 달러당 116엔대까지 치솟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일본이 장기불황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시기에 미국의 이라크 공격으로 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지게 됐다며 미국측에 원망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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