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은 환경재앙]文明 발원지이자 철새의 낙원이…

  • 입력 2003년 2월 17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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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서 전쟁이 터질 경우 1991년 걸프전과 마찬가지로 대규모의 환경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BBC 방송이 국제조류보호단체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 보고서를 인용해 16일 보도했다.

이라크는 겨울 철새인 섭금류(涉禽類·두루미, 물떼새 종류)의 세계 5대 서식지이자 봄 가을에 물떼새 수십만 마리가 찾아드는 중간 기착지.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을 끼고 있는 이라크 남동부 메소포타미안 습지대(그림 참조)는 조류 수천종의 서식지로 생태계의 보고(寶庫)이자 메소포타미아 문명 5000년의 역사를 이어온 마단(ma'dan) 원주민의 삶의 터전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1만5000㎢에 달하던 메소포타미안 습지대는 91년 전쟁의 참화로 인해 대부분 파괴돼 예전의 0.3%인 50㎢밖에 남아 있지 않다. 때문에 시베리아에서 남아프리카에 이르는 범지구적 생물다양성에도 연쇄적인 악영향을 미쳤다. 도깨비쥐(몸길이 최대 28㎝의 큰 쥐)와 수달류는 거의 멸종했고 마단 원주민도 대부분의 생활 근거를 잃었다.

91년 걸프전 당시 유정에서 흘러나온 기름으로 범벅이 된 채 숨진 홍학(왼쪽)과 돌고래. 본래 색깔을 찾아보기 어렵다. -사진제공 버드라이프

보고서는 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이라크에서 다시 한번 전쟁이 일어날 경우 대대적인 환경파괴로 전쟁 이후에도 주민과 생태계에 고통을 안겨 줄 것으로 우려했다.

대표적 피해 예상 사례로 보고서는 △원유 유출과 유정 화재로 인한 오염 △대량살상무기나 폭탄 투하에 따른 방사능·화학·독성물질 오염 △대량 난민 이동에 따른 야생 생태계 및 서식지 파괴 △각종 식물류 소실과 토착종 멸종, 사막 파괴 등을 들었다.

버드라이프 관계자는 “91년 전쟁 당시 사상 최대의 해상 기름 유출로 560㎞에 이르는 해안이 오염돼 갯벌 생태계가 전부 파괴된 바 있다”며 “기름이 유출되면 섭금류와 물새 종류가 특히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단체 대표인 마이클 랜즈 박사는 “전쟁에 따른 환경파괴는 분쟁 자체 때문에 무시되거나 감춰졌다”면서 광범위한 환경 불감증을 질타했다.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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