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경단련 '국가 청사진']“경제 탈출구는 亞자유무역협정”

  • 입력 2003년 1월 2일 18시 13분


코멘트
《‘2003년은 일본에 절체절명의 기로.’(AFP통신) ‘쇼와(昭和) 공황 재현의 위기.’(요미우리신문) ‘세계의 반면교사, 일본병(病)을 차단하라.’(니혼게이자이신문) 새해 벽두부터 일본 경제에 대한 안팎의 진단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10년이 넘는 장기불황 속에서 매년 경제회생을 주요 국정의제로 다뤄온 일본 언론은 “올해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인식이다. 그러나 정부 여당에서조차 경제정책에 대한 이견이 난무해 당분간 뚜렷한 회복기조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암울한 전망이 지배적이다. 》

금융전략가이자 작가인 피터 태스커는 2006년을 예측한 가상소설 ‘드래건 댄스’에서 “일본의 개혁이 부진해 경제가 더 나빠질 경우 가족 단위의 노숙자들이 넘쳐나며 상점과 기업체는 약탈당하는 등 치안 부재의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경단련(經團連)이 1일 ‘활력과 매력이 넘치는 일본을 지향하며’라는 대담한 국가 장기 비전을 제시하고 나섰다. 일본경단련 회장인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도요타자동차 회장의 이름을 딴 ‘오쿠다비전’은 2025년까지의 경제 사회적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필요한 정책을 제안했다. 또 1993년 폐지한 기업의 정치헌금을 올해부터 재개하고 정책평가를 정치헌금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오쿠다비전은 우선 연평균 2%의 실질성장을 위해 소비세를 매년 1%씩 올려 현행 5%에서 2014년까지 16%로 인상하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고령화사회에서는 사회보장제도 강화를 통해 노후에 대한 불안을 없애야 소비가 되살아나고 경제회생이 가능하다는 것.

또 2025년에는 노동자인구가 610만명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외국인 노동자의 이민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 행정권한을 지방으로 이관해 전국을 5∼10개 지역으로 나눠 주(州)제도를 도입하자는 아이디어도 포함됐다. 여기에 에너지 절약기술 등으로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환경입국’을 추진하고, 한국 중국 동남아국가연합(ASEAN) 등과 연대해 동아시아 자유경제권을 창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재계가 이처럼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2001년 4월 출범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내각의 개혁이 정체돼 더 이상 경제회생을 정치인이나 관료에게만 맡길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 일본 정부는 개혁을 입버릇처럼 되뇌고 있지만 지난해 도쿄 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가 19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실업률은 사상 최고인 5.3%까지 치솟았다.

▼‘오쿠다 비전’ 내용▼

―사회보장제도 개혁을 위해

소비세율을 매년 1%씩 올려

2014년 16%로 인상

―납세자번호제를 도입, 세금과

사회보험료 일괄징수

―고령화에 따른 취업자 감소

보완 위해 외국인 이민 허용

―국가 행정권한 지방 이관

전국 5∼10개 지역으로 나눠

주(州)제도 도입

―한국 중국 동남아국가연합과

동아시아자유경제권 창설

―기업의 정치헌금 지침을 책정

여야당 정책 평가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