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新외교전략 “中 군사력 증강 대비 대만과 관계 강화를”

  • 입력 2002년 11월 29일 19시 18분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자문기구가 28일 제출한 ‘21세기 일본외교의 기본전략’ 보고서는 기본적으로 정책제안서이다. 하지만 이 기구가 발족한 경위와 그간 모임에 총리도 여러 차례 참석한 사실을 감안하면 단순한 정책제안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즉 향후 일본 외교전략이 ‘철저한 국익 우선’ 방향으로 갈 것임을 시사하는 자료로서 의미가 크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보고서를 전달받은 후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 중 한 가지로 여긴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보고서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것처럼 말했다. 보고서 내용 중 파문이 일지도 모르는 대목에 대해 미리 발을 빼려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해 9월 ‘총리실이 주도하는 중장기적인 외교전략의 구축’을 내걸고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대 교수 등 전문가 9명으로 팀을 만들게 했다. 또 외교 경제 국제정치 등 전문가로 구성된 이 연구팀이 32회의 모임을 갖는 동안 상당수의 모임에 총리와 외무상 등이 참석했다. 결국 정부측과 상당부분 공감대가 이뤄진 상태에서 보고서를 만든 것이다.

보고서는 현재의 국제정세를 △경제와 사회구조의 글로벌화 △군사력의 현저한 발전과 강력화 △중국경제의 급속한 팽창이라는 큰 변화과정에 있다고 분석하면서 그간 ‘국제협조’를 우선시해 온 일본의 외교 노선을 국익에 기초한 전략외교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요국가와의 과제에 대해 제안하고 있다(표 참조).

이 보고서에서 “이제까지 일본 외교에는 ‘국가로서의 명확한 전략의 책정’이 없었다”고 비판하면서 중국 미국 등과의 관계에 대해 독자적인 좌표를 설정하도록 강력히 촉구한 것도 ‘국익 최우선 외교 전략’ 방향과 일치한다.

중국의 군비증강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면서 중국 정부에 군사 예산에 관한 투명성을 강력히 요구하도록 제안한 부분은 중국의 반발을 가져올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지나치게 중국 눈치를 보아온 대만과의 교류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마찬가지.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미일 안보체제’를 일본의 자립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유일한 수단으로 여겨왔지만 이제는 종합적으로 전면 재검토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결론 부분에서 지금까지 일본외교를 장기적인 책략이 없는 ‘대증요법’이었다고 비판하면서 국익을 중시하는 장기적 비전을 확립하기 위해 내각에 ‘외교안전보장전략회의’를 창설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21세기 일본 외교의 기본전략
기본이념국가로서 명확한 전략 필요. 전략의 기초는 국익.
주요국 과제한국가장 중요한 지역전략파트너. 민주주의,시장경제, 미국과의 동맹 등 3개 체제 공유. FTA 체결이 당면목표.
북한납치 핵개발 공작선 마약밀수 등 문제 해결 없이 수교 불가. 북한 체제 전복이 목표가 아니라 정치경제체제를 단계적으로 변질시키는 것이 일본의 목적.
미국안전보장관계를 중심으로 미국과 관계 전면재검토. 동맹관계 신뢰감이 흔들릴 가능성 있으나 미일관계는 결코 미영 관계처럼 될 수 없음.
중국군사력 증강은 일본과 주변국에 심각한 위협. 군사예산 증강에 대해 중국측에 투명성을 요구. 대만과의 교류도 강화.
러시아정치상황이 크게 변한 만큼 냉전기의 대 러시아 외교노선을 수정.
기타 제안미국의 이라크 공격시 민간선박 호위를 위한 해상자위대 출동은 국민 생명과 재산 보호 관점에서 검토. 내각에 외교안전보장전략회의 창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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