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DNA 가진 돼지 출산

  • 입력 2002년 10월 22일 10시 30분


인간의 DNA를 주입한 돼지 정자를 시험관에서 수정시켜 인간의 DNA를 가진 돼지새끼를 출산시키는 실험이 이탈리아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이탈리아 밀라노-비코카대학의 면역·병리학자인 마리아루이사 라비트라노 박사는 미국의학협회지(JAMA)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인간 유전자의 DNA를 돼지의 정자에 주입해 난자와 수정시킨 다음 수정란을 돼지 대리모에 착상시켜 여러 장기에 이 인간 DNA가 들어있는 돼지새끼를 출생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인간 유전자는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자체 면역체계의 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세포표면의 단백질인 붕괴촉진인자(DAF)다.

라비트라노 박사는 이 방법으로 태어난 돼지새끼 93마리 가운데 57%가 심장, 폐, 신장, 귀, 꼬리 등에 DAF를 가지고 있음이 확인되었다고 말했다.

라비트라노 박사는 보통돼지와 이 유전자 변형 돼지의 세포를 인간 항체에 노출시켜 본 결과 보통 돼지는 거부반응으로 30분만에 죽은 반면 유전자 변형 돼지는 거의 다 살았다고 밝혔다.

라비트라노 박사는 이 실험은 인간의 DNA를 돼지에 주입하는 데 있어 돼지의 정자를 유전자 운반수단으로 이용한 것으로 돼지의 장기를 거부반응 없이 인간에 이식하는 이종이식(異種移植)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방법은 유전자 조작 돼지를 만드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인 DNA의 직접 주입보다 비교적 비용이 덜 들고 효과는 14∼114배 높다고 라비트라노 박사는 말했다.

라비트라노 박사는 앞서 정자를 이용해 성게, 닭, 개구리, 양의 정자에 외부 유전자를 주입할 수 있었으나 주입된 외부 유전자가 기능을 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 이번 돼지 실험에 성공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라비트라노 박사는 돼지로부터 정자세포를 직접 채취하거나 세포막이 손상되기 쉬운 냉동 정자를 이용하지 않고 건강한 정자를 돼지가 스스로 사정하도록 유도했다. 이런 정자는 다른 방법으로 채취한 정자보다는 성숙도가 높다는 것.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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