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더 "이라크戰 반대" 불변…對美관계 더 악화될 듯

  • 입력 2002년 9월 23일 19시 23분


외신들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의 총선 이후 최대의 과제로 미국과의 관계 회복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양국 관계를 2차대전 이후 최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DPA 통신은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해 미 관리들이 독일 총선 직전 일제히 독일 정부를 비난한 것은 “워싱턴이 바그다드가 아니라 베를린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지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관측을 낳았다고 23일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독일 일간지 디 자이트의 편집국장인 요세프 요페의 말을 인용해 “슈뢰더 총리는 선거 후에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어깨를 탁 치면서 ‘자 이제 용서하고 잊어버리자’하면 끝날 문제로 생각했다”면서 “그것은 매우 심각한 오산”이라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 전직 관리인 로널드 아스무스는 “우리는 독일이 과거 역사를 극복하고 국제적책임을 생각하는 정상적인 국가가 돼 간다고 생각해 왔으나 이제 큰 물음표가 생겨났다”며 “독일은 과연 안보문제에서 예측가능한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전통적으로 대미 관계를 중시해 온 독일에서 왜 반미 이슈가 독일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었는지 미국도 자문해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동맹국들을 무시하는 일방통행식 외교정책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 베를린 자유대학의 유에르겐 팔터 교수는 “양쪽 다 한발 물러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급한 쪽은 슈뢰더 총리. 가장 쉬운 관계 회복 방안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지지하는 것이겠지만 슈뢰더 총리는 요지부동이다. 유엔이 파병을 결의해도 군대를 보내지 않겠다고 못박은 그는 총선 후에도 “나는 독일의 입장을 정했으며 후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을 히틀러와 비유한 것으로 보도된 헤르타 도이블러그멜린 법무장관을 새 내각에서 배제하는 것만으로는 미국을 달래기에 충분치 않아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독일이 아프가니스탄 평화유지군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고 분쟁지역인 발칸 반도에 군대를 증파하는 등의 유화적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양국이 공식적으론 관계가 개선된 것처럼 행동하겠지만 차갑게 식어버린 슈뢰더 총리와 부시 대통령의 개인적인 관계를 감안할 때 두 지도자가 현직에 있는 한 양국관계의 완전한 회복은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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