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GDP 향후10년간 年0.2% 하락”

  • 입력 2002년 9월 11일 18시 38분


9·11테러 때문에 지난 1년간 미국 경제는 640억달러(약 76조8000억원)의 손실과 52만명의 실업을 감수해야 했으며 산업구조도 바뀐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임박한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경제에 9·11테러 못지않은 충격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의 권위 있는 투자정보사이트인 이코노미닷컴이 9일(현지시간)부터 홈페이지에서 연재중인 ‘9·11테러의 여파’ 시리즈 기사에 따르면 9·11테러는 미국의 민간 및 공공 자산을 약 230억달러(약 27조6000억원)어치 파괴했으며 470억달러(약 49조2000억원)어치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이 피해규모는 9·11테러와 관련해 가장 최근에 나온 추정치다. 이는 90년 이래 최악의 자연재해로 알려진 허리케인 앤드루(92년 가을)나 로스앤젤레스 대지진(94년 1월)이 초래한 피해액의 3배다.

조사에 따르면 9·11테러 탓에 재정지출과 산업구조도 엄청나게 변화했다. 테러 위협이 항공여행 수요를 줄이면서 항공 서비스, 항공기 제조, 호텔, 여행 업종이 큰 타격을 입었다. 반면 후유증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고 금리를 대폭 내리면서 가계의 소비지출이 크게 늘어 소비재, 주택건설산업 등은 호황을 누렸다.

최대의 수혜산업은 뭐니뭐니 해도 안보산업. 미 정부는 2003∼2007년에 국방예산 지출을 5% 증액하기로 했다.

이코노미닷컴의 조사를 담당한 마크 잔디 박사는 “생산성 증가와 관련이 없는 안보 및 국방 분야로 자금이 투입돼 앞으로 10년간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간 0.2%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잔디 박사는 “기업 회계부정 사건도 9·11테러의 부산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기업의 4분의 3가량에 타격을 주면서 주가를 급락시킨 9·11테러가 없었다면 엔론이나 월드컴의 회계부정이 그토록 조명받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얘기.

이코노미닷컴은 임박한 미국의 이라크 공격도 9·11테러 못지않은 경제적 충격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별도로, 온라인판 월스트리트저널은 11일 “아시아시장은 국제투자자금의 안전한 피난처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제2의 걸프전’이 발발하면 미국시장의 투자자금이 아시아 쪽으로 넘어올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미국 경제와 증시가 9·11테러의 충격을 딛고 살아난다면 아시아시장에 대한 선호가 빠르게 사라질 것”이라고 밝혀 전쟁과 테러에 따른 수혜가 있더라도 극히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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