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EO 불법 ‘꼬리에 꼬리’

  • 입력 2002년 6월 27일 18시 33분



‘미국은 탐욕스러운 최고경영자(CEO)의 나라인가.’

최근 미국 유력 CEO들의 불법 스캔들이 연일 터져 나오면서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통신업체 월드컴의 설립자이자 전임 CEO였던 버니 에버스가 25일 사상 최대 규모의 회계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10여명의 CEO가 검찰과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MSNBC 방송이 26일 보도했다.

미국인들을 가장 경악케 한 CEO 부정 사례는 가정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미디어 그룹 ‘마사 스튜어트 컴퍼니’의 마사 스튜어트 회장(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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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근호(7월 1일자)는 스튜어트 회장이 지난해 말 제약회사 임클론의 CEO인 새뮤얼 왁살이 제공한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이 회사 주식 23만달러어치를 매각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커버스토리로 보도했다.

마사 스튜어트 컴퍼니의 주가는 26일 사상 최저치인 주당 10.05달러까지 폭락했다.

임클론 CEO인 왁살씨는 증권 사기 공모혐의로 조사를 받아오다가 12일 전격 체포됐다. 왁살씨는 임클론이 개발한 항암제 ‘에르비툭스’가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 신청을 기각 당하기 바로 전 날 이 같은 정보를 미리 입수해 자신의 주식 5만주를 팔아치웠다.

왁살씨는 또 임클론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가족과 지인들에게 빨리 매각하도록 정보를 제공했다. 선의의 일반투자자들은 FDA 기각 결정 후 주가가 90%나 급락해 막대한 손해를 보았다.

또한 미국 6위의 케이블TV 업체인 ‘아델피아 커뮤니케이션’의 설립자이자 CEO인 존 리가스는 회사 보증으로 수십억달러의 장부외 차입을 한 것으로 밝혀져 검찰과 SEC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 밖에 100만달러 이상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4일 뉴욕 검찰에 기소된 데니스코즐로스키에 대해서는 26일 증거조작 혐의가 추가됐다.

CEO의 부정을 막기 위해선 기업 이사회의 구성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25일 발표한 개혁안에 따르면 이사회 멤버들 중 사외 이사의 수를 3분의 2 이상으로 하고 CEO 부재시 이사회 회의 개최를 정기화하도록 하고 있다.

또 사외이사가 겸직할 수 있는 기업의 수를 제한해 경영감독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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