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아르헨 또 유혈사태

  • 입력 2002년 6월 27일 18시 31분


아르헨티나에서 유혈 시위가 재발하는 등 중남미 전역을 휩쓰는 경제위기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중남미 경제의 공통적인 문제점은 막대한 재정적자와 공공부채. 재정 투입에 의존해 경제성장을 꾀해 왔던 이 지역 국가들은 지난해 말 아르헨티나 위기 이후 외국인투자자들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극도의 금융불안에 직면해 있다.

26일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시위 중인 노동자들과 진압 경찰이 충돌해 2명이 숨지고 90여명이 부상하는 유혈 사태까지 발생했다.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이후 연일 노동자들의 항의시위가 있어 왔지만 대규모 유혈사태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르헨티나 경제난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것은 유일한 구조자라고 할 수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이 긴급 구제금융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두아르도 두알데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25일 IMF와의 지원협상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협상이 불가능해 보인다”고 시인하며 “(남미) 지역 경제가 날로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두알데 대통령은 다음달 15일까지를 IMF와의 최종 협상기간으로 정하고 이때까지 추가 지원을 받지 못하면 그날 만기가 되는 10억달러의 외채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아르헨티나 외환시장에서 페소화는 올 초 평가절하 이후 가장 낮은 달러당 4.05페소까지 떨어졌다.

아르헨티나의 최대 교역상대국이자 아르헨티나의 두 배에 가까운 290억달러의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브라질의 경제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IMF는 26일 외국인투자자들의 우려대로 루이스 이나시오 다 실바 노동자당 당수가 10월 대선에서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브라질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으나 금융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26일엔 뉴욕증시 폭락 소식까지 겹치면서 브라질 레알화는 달러당 2.88레알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해외로 빠져나간 외화만도 6억1600만달러에 이른다.

남미 국가들과의 무역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멕시코도 아르헨티나 브라질 위기의 악영향을 받고 있다. 멕시코 페소화는 26일 달러당 10.05페소로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은 26일 “남미 위기가 멕시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고 시인했다. 이 밖에 남미에서도 비교적 견실한 환율을 지켜온 우루과이 칠레 등도 최근 1주일간 통화 가치가 10∼25% 정도 떨어졌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24일 “아르헨티나에서 촉발된 경제위기가 6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도미노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IMF가 개혁부진을 빌미로 아르헨티나 사태를 장기간 방치한 것이 여타 중남미 국가들에 악영향을 주었다”고 지적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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