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제]美 카드빚에 흔들린다

  • 입력 2002년 5월 1일 17시 57분



미국이 신용카드 빚으로 허덕이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과 노인층 등 지불능력이 떨어지는 사회 계층의 카드빚이 급증하면서 신용불량자와 파산자가 양산되고 있으며 부채증가가 경제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USA투데이지가 30일 보도했다.

▽연체 증가 추세〓3월 미국인들의 총카드대금 중 연체 금액의 비율(납부 기한이 30일 이상 지난 부채의 비율)은 5.54%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4.93%에 비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신용카드 시장 조사업체인 카드웹닷컴이 29일 발표했다. 이 같은 연체율은 97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또 3월 신용카드업체들이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분류한 악성 채무 비율도 6.59%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4.74%에 비해 급증했으며 91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카드 빚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신용카드 발급업체들이 사용자들에게 매달 납부하도록 요구하는 최소 결제 금액이 총사용액의 2%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 카드시장 조사기관인 케임브리지 소비자신용 인덱스(CCCI)의 조사에 따르면 신용카드 연체자들 중 50% 정도가 매달 최소 결제 금액만을 납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연체수수료와 연체이자율도 카드 빚 급증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올 초부터 대다수 카드업체들이 연체자들에게 요구하는 월 수수료를 25∼30달러에서 35달러로 올렸으며 연체이자율도 11.95%에서 22%로 대폭 올렸다.

소비자 단체인 컨슈머 액션의 켄 매켈다우니 연구원은 “연체수수료와 연체이자율 상승은 소비자들에게 ‘더블 펀치’가 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올해 개인 파산율이 지난해 최고 기록인 15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소득·노인층 큰 타격〓2000년 후반부터 지난해 말까지 계속된 미국의 경기침체는 고소득층에는 오히려 신용카드 연체대금을 청산하는 절호의 기회가 됐다. 주택담보 등을 통한 대출 금리가 빠르게 하락하자 고소득층은 은행돈을 빌려서 카드 빚을 갚고 있다.

반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이 쉽지 않은 저소득층은 급상승하는 이자율에도 불구하고 연체대금을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카드 빚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노인층도 조지 W 부시 정부 출범 이후 의료비 증가 등으로 인해 연체율이 크게 늘고 있다. 카드대금을 연체하고 있는 65세 이상의 노인 비율은 92년 18.6%였으나 지난해에는 51%로 늘어났다.

카드 빚으로 인한 노인 파산자도 91년 2만3000명에서 지난해 8만2000명으로 늘어나 244%의 급증세를 보였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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